K리그, 올림픽팀 선수 차출 거부

  • 입력 2007년 1월 16일 03시 01분


‘사상 초유의 선수 차출 전면 거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올림픽대표팀 선수 차출을 전면 거부했다. 프로축구연맹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21일부터 카타르에서 열리는 8개국 올림픽팀 초청대회에 단 한 명의 선수도 보낼 수 없다는 방침을 정했다.

연맹은 이사회가 끝난 뒤 “14개 프로축구단 단장이 전원 이사회에 참석했다. 이번 차출은 대표팀 소집 규정에 어긋나므로 선수를 보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카타르초청대회에는 국내 프로구단 소속 선수가 한 명도 뛸 수 없게 됐다. 핌 베어벡 대표팀 감독은 대학 및 아마추어 팀 소속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하게 됐다. 최악의 경우에는 대회 출전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다. 당초 베어벡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는 프로구단들에 선수 22명을 대표팀에 보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프로연맹과 축구협회는 이번 대회 선수 차출을 놓고 극심한 진통을 겪어 왔다. 2월부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예선을 앞둔 협회는 예선전이 열리기 직전에 개최되는 카타르초청대회를 통해 올림픽대표팀의 조직력을 다질 계획이었다.

반면 프로구단들은 이번 대회 기간 중 올 1년간 발휘할 팀 전력을 갖추기 위해 해외 전지훈련 계획을 집중적으로 세워 놓고 있다. 프로구단들은 “언제까지 국가대표팀만 우선시하는 풍토가 계속될 것인가. 국내 프로축구가 살아야 한국축구가 산다”며 선수 차출에 반발해 왔다.

특히 구단들은 지난해 연맹과 협회가 선수 차출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을 경우에 대비해 마련한 소집 규정을 들고 나섰다.

축구대표팀 소집 규정에 따르면 해외 친선대회는 국내경기 2일 전, 해외경기 4일전에 소집할 수 있다. 올림픽 예선 해외경기는 경기 3일 전을 원칙으로 하되 시차 적응 등이 필요한 경우에 대비해 3일간의 여유를 더 주어 최대 6일 전에 소집할 수 있도록 했다.

연맹은 이번 카타르대회는 올림픽 예선전도 아니며 성인대표팀 친선경기도 아니라는 태도다. 따라서 소집 규정의 어느 조항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 이럴 경우에는 협회가 연맹의 협조를 구해 해결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번에 연맹은 협회의 협조 요청을 거부했다.

한편 협회는 비상대책회의에 들어갔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이런 결정이 나올 줄은 몰랐다. 구단의 협조를 믿고 있었다. 이미 참가하기로 한 대회에 불참하면 한국축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지나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각 구단을 상대로 다시 한번 대화해 보겠다”며 “16일 프로축구연맹 대의원 총회에서 이 문제를 좋은 방향으로 논의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베어벡 “…”

“협회와 프로연맹이 해결할 사안”▼

“노코멘트(할 말이 없다).”

핌 베어벡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15일 열린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사회에서 ‘카타르 8개국 올림픽팀 초청대회에 단 한 명의 프로선수도 보낼 수 없다는 결정이 내려진 것’에 대해 처음에는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 머물고 있는 그에게 “소감이 어떠냐”고 묻자 그는 “이번 문제는 전적으로 협회와 연맹이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라면서도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것이 무척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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