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 18일 저녁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별도의 내부 방침을 정할 때까지 인수 추진 작업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정규 시즌이 4월에 시작되고 3월에는 시범경기가 열리는 등 일정이 촉박한 점을 감안하면 농협이 올 시즌부터 리그에 참가하려던 계획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서울 연고지 계획을 발표하며 16일 목동구장을 실사했고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야구단 이름을 ‘농촌사랑 야구단’으로 짓겠다며 인수 의지를 밝혔으나 몇 시간 만에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돌연 방침을 바꿨다.
농협 관계자는 “급히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됨에 따라 지금이라도 다시 여론을 모으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스포츠업계에서는 아쉬움이 있겠지만 우리도 고통스럽게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인수를 계속 추진할지 포기할지는 조만간 다시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협은 최근 본격적으로 프로야구단 인수작업을 진행했으나 “산적한 농업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슨 야구단이냐”는 농림부와 농협 노조, 농민단체 등의 반대에 부닥쳤다.
또 현대 유니콘스 인수 양해각서(MOU) 체결을 앞두고 유니콘스의 최대 주주인 하이닉스반도체가 프런트 직원들의 퇴직금 13억 원을 승계하라고 요구하는 등 인수 비용이 늘어난 것도 보류 결정을 내린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농협이 야구단 인수작업을 중단하기로 하자 야구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고사 위기에 빠진 한국 야구를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인수 포기가 아닌 보류 결정인 만큼 정확한 내용을 파악한 뒤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용휘 유니콘스 사장은 “계열사에서 자금 지원을 중단한 상태다. 매각이 늦어지거나 안 된다면 올해 선수들의 첫 급여인 2월 봉급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KBO 규약에 따르면 구단이 선수 급여를 보름간 지급하지 못하면 모든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이 경우 KBO가 해당 구단을 관리하게 되지만 이마저 30일로 한정돼 그때까지 인수자가 나서지 않는다면 올 시즌 프로야구는 7개 구단만으로 치러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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