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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 나빴던 점은 팬들에게 죄송합니다. 하지만 대표팀 최고참 선수로서 후배들한테 정신력을 강조하면 했지 맹세코 그런 얘기는 한 적이 없습니다.”
서장훈(33·삼성)은 연세대 1학년 때부터 국가대표로 뛰었다. 청소년 대표까지 포함하면 무려 17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았다. 1993∼1994 농구대잔치에서 수비, 리바운드, 신인, 최우수선수(MVP)상을 휩쓸며 성인 무대에 데뷔한 그는 1998∼1999 시즌부터 프로에서 뛰며 한 시즌만 빼고는 모두 베스트 5와 국내 선수 득점왕에 이름을 올렸다. 정규리그 MVP도 2번이나 차지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서는 중국을 꺾고 우승도 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국보 센터’. 하지만 빼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서장훈은 유독 안티 팬이 많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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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훈은 표정 관리를 못한다. TV 화면에 짜증 섞인 표정이 자주 잡힌다.
“대학 때부터 보통 두 명이 제 수비를 맡았어요. 슛을 쏘려고 하면 한 선수가 제 앞을 막고 한 선수는 뒤에서 슬쩍 때리죠. 보지 못한 심판은 반칙도 안 주고…. 그럴 때 가만히 있으면 저만 못한 놈이 되잖아요. 팀을 위해서라도 항의를 해야죠.”
항의하더라도 얼굴 덜 찌푸리고 할 수는 없느냐고 물었다.
“제 인상이 안 좋잖아요(웃음). 그리고 격렬하게 몸이 부딪치는 경기에서 이미지 관리를 한다면 그건 프로 선수다운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감독과의 불화설도 가끔 불거졌다.
“어느 팀이건 감독과 선수 사이에 의견이 다를 수는 있어요. 다른 선수한테는 불화설 같은 게 잘 안 나오는데 유독 저만 그래요. 아마 ‘쟤는 왠지 감독한테도 대들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서장훈의 안티 팬들은 그가 농구를 얄밉게 한다고 한다. 힘겨운 골밑 몸싸움은 피하고 외곽에서 슛만 쏘려 한다고 비판한다.
“우리 팀에는 저와 용병 2명 등 키 큰 선수가 셋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팀과 맞붙을 때 상대 수비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신장이 작아요. 키 작은 선수가 저를 맡을 땐 저도 골밑으로 가요. 용병이 저를 맡을 땐 외곽으로 유인하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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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현재 그는 정규경기 통산 8699득점, 3576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3, 4년간 더 뛰며 1만 점, 5000리바운드를 돌파하는 게 목표다. 둘 다 국내 농구 사상 초유의 기록이다.
부상으로 5경기를 빠지고 지난주 다시 코트에 복귀한 서장훈은 2경기에서 평균 21.5점을 넣으며 맹활약했다. 그는 올 시즌이 끝나면 두 번째로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FA는 나중 문제예요. 스스로 더 채찍질해 은퇴할 때까지 당당하고 싶어요. 체력은 아직 자신 있거든요.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그동안 튀어 보였으니 앞으로는 좀 자제할 겁니다. 저 그동안 욕 많이 먹었습니다. 팬들께서도 좀 너그럽게 봐 주시면 좋겠네요.”
용인=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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