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44) 감독과 임근배(40) 코치가 러닝머신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둘 다 각각 두 남매와 부인을 모두 미국에 보낸 ‘기러기 아빠’. 휴가를 맞아 모처럼 나란히 땀을 흘린 뒤 숙소 인근의 해장국집에서 식사도 함께했다.
“방만 따로 쓰지 항상 같이 사는 것 같아요.”
유 감독과 임 코치는 프로농구 최장수 코칭스태프 ‘커플’이다. 1999년 대우증권에서 한솥밥을 먹기 시작해 신세기-SK(빅스)-전자랜드를 거쳐 벌써 8년째 ‘한 배’를 타고 있다. 그동안 산전수전도 다 겪었다. 팀이 번번이 매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고 꼴찌의 수모를 안은 적도 있다. 그때마다 서로 믿고 한 길을 걸은 끝에 지난 시즌 첫 정규리그 우승을 맛본 데 이어 올 시즌에도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코칭스태프의 탄탄한 호흡이 빛을 보고 있어서다.
특히 임근배 코치의 역할이 돋보인다. 유 감독과는 현역 시절 단 한 차례도 같은 팀에 있었던 적이 없는 임 코치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감독과 선수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출전시간이 줄어들어 사기가 떨어졌거나 부상으로 의기소침한 선수들과 잦은 미팅을 통해 의욕을 북돋아줬다. 그 덕분에 우지원 김동우 등은 재기에 성공했다. 선수들은 임 코치를 맏형처럼 여기며 언제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유 감독과 식성도 비슷해 맵고 짠 음식을 즐긴다는 임 코치는 “배울 게 많은 감독님이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그린다면 난 선수관리와 세밀한 부분을 채워간다”고 말했다.
유 감독과는 스타 몇몇에 의존하기보다는 팀워크와 조직력을 강조하는 스타일을 중시하는 부분이 비슷하다는 게 임 코치의 얘기.
슈터의 산실인 서울 광신상고를 거쳐 경희대와 아마추어 현대에서 뛴 임 코치는 188cm의 왼손 포워드로 이름을 날렸다. 임 코치의 체중은 현재 115kg에 이른다. 별명도 이름(근배)에서 따온 ‘큰 배’.
큰 체구만큼이나 넉넉한 마음을 지닌 임 코치는 지난해 못 이룬 통합 챔피언을 향해 유 감독과 함께 힘차게 ‘배’를 저어가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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