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장사’ 백승일(31).
1993년 7월 최연소(17세 3개월) 천하장사가 됐고 2005년 2월 씨름판을 떠날 때까지 천하장사 4회, 백두장사 8회 등 총 15회나 정상을 차지했던 그가 가수로 변신했다.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매직스페이스 2층 분장실. 백승일은 모 방송사의 토크쇼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오늘도 난 기웃거린다. 화려한 불빛에 취해서. 왜 그러냐고 묻지는 마라. 이런 게 남자다. 비틀거리지 않겠다. 약한 놈이 되기는 싫다….”(‘나니까’ 가사 중 일부)
‘나니까’는 백승일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 ‘비틀거리는 약한 놈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노랫말에서 그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교차하는 듯했다.
●2년 전 소속팀 해체 보며 씨름판에 회의
백승일은 전남 순천 성동초등학교 3학년 때 씨름부에 들어간 뒤 19년 동안 샅바를 잡았다. 은퇴 후에는 지도자로 남아 ‘영원한 씨름인’이 되는 게 그의 꿈이었다.
그런 그가 2년 전 씨름을 포기한 이유는 프로팀이 한순간에 해체되는 모습을 보며 씨름에 대한 회의가 들었기 때문.
“20년 가까이 씨름을 했는데 왜 미련이 없겠어요. 아마추어팀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죠. 하지만 결론은 새 인생을 살자는 거였어요.”
백승일은 평소에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주위 사람들에게서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이다”라는 말도 종종 들었다. 가수가 되는 게 그의 운명이었을까. 한 연예기획사가 음반을 내자고 제안하면서 백승일은 마이크를 잡게 됐다.
●“체중부터 줄이자” 150㎏ 몸무게 1년새 50㎏ 감량
백승일이 가수가 되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보컬 트레이너에게서 복식호흡과 발성법을 배웠다. 사투리를 고치기 위해 볼펜을 이 사이에 끼우고 발음 연습을 했다.
“하루에 5∼6시간씩 노래 연습을 한 후엔 온몸의 진이 다 빠졌어요. 가수가 아무나 되는 게 아니구나 싶더라고요.”(웃음)
백승일은 노래 연습과 체중 감량을 병행했다. 150kg에 이르는 몸무게를 95kg까지로 줄여 ‘날씬한 몸’으로 무대에 서기 위해서다.
그는 빠르게 걷기와 배드민턴, 등산 등 하루 7시간씩 운동을 했다. 씨름선수 시절에 비해 2배 가까이 운동을 더했다. 두 달 만에 20kg을 줄였다.
하지만 더는 살이 빠지지 않았다. 평소 한 끼 식사로 밥 3공기에 삼겹살 7인분을 거뜬히 먹어 치웠던 식습관이 문제였다.
“하루 세 끼는 챙기되 식사량을 3분의 1로 줄였어요. 밥은 반 공기만 먹었죠. 그렇게 1년을 보내자 체중이 100kg으로 줄더군요.”
백승일은 “무작정 굶는 다이어트는 100% 실패한다.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적게 먹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강호동 선배처럼 방송 진행하고 싶어요”
백승일은 요즘 냉정한 연예계 생리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데뷔 음반 ‘나니까’가 나온 지 한 달이 됐지만 방송은 거의 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고 했다. “일단 다양한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연예계의 분위기를 익힐 생각이에요. 2월부터 가수 백승일을 본격적으로 알릴 계획입니다.”
씨름으로 천하장사를 했던 것처럼 가수로도 1위에 오르는 게 그의 목표. 기회가 된다면 천하장사 출신인 강호동 선배처럼 방송 진행과 연기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백승일은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를 나누며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비록 몸은 씨름판을 떠났지만 제 마음속에는 늘 씨름이 자리 잡고 있어요. 한국 씨름이 일본 스모만큼의 인기를 되찾기 바랍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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