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추코트 자치구 주민들의 유일한 레저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얼음낚시. 휴일을 맞이하여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 모여들었다. 옹기종기 앉아서 열심히 물고기를 유인하는 이들 옆엔 남녀를 불문하고 독하디 독한 보드카가 한 병씩 놓여있었다.
잡히는 물고기는 꽁치보다 좀 작은 녀석. 대한민국의 식도락가들답게 즉석에서 회를 쳐서 준비해간 고추장에 한번 푹 찍어 입으로 가져가는 모습을 본 러시아 사람들이 웃느라 정신이 없다. 물론 야외 주방장은 제주도 출신 오희준 대원이 책임졌다.
4시간 동안 9명이 생포한 물고기는 겨우 8마리. 잡은 마릿수는 적었지만 오랜만에 ‘묶여있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해방감을 맛볼 수 있었다.
휴식은 오늘 하루로 끝이다. 내일부터는 얼어붙은 바다로 썰매를 가지고 가 실전훈련에 다시 돌입할 예정이다. 박영석 대장은 원래 베이스캠프지인 라블렌티야에 도착한 다음 일주일간 현지 적응 훈련을 한 뒤 베링해협 횡단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간 기착지에서 너무나 많이 지연됐기 때문에 라블렌티야에 도착한 뒤 하루 이틀 내에 다시 짐을 꾸려 북쪽 우엘렌으로 헬기로 이동, 횡단 도전에 나서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극지 탐험이 처음인 이형모 대원의 적응력이 걱정되지만 남북극점을 함께 원정한 박대장과 오희준 대원의 경험이 이를 보완해 줄 것이다.
아나디리 (러시아)=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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