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시절 ‘하늘이 점지한다’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10번(해태 9번, 삼성 1번)이나 했다. 2005년 사장이 된 뒤에도 2년 연속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선 동메달을 땄고, 1977년 니카라과 세계선수권에서도 우승했다. 선수 때도 마찬가지. 1963년 제4회 아시아선수권에서 맹활약해 일본을 연파했다. 최종전에서는 1회 결승 희생플라이와 8회 쐐기 2점 홈런을 때려 3-0 승리를 이끌었다.
운도 실력이라지만 김 사장만큼 실력과 행운을 겸비한 사람은 찾기 힘들다.
현재 한국 야구는 위기다. 지난해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대표팀은 대만과 일본에 잇따라 지며 망신을 당했다. 현대는 운영난을 겪고 있고, 팬들의 관심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11월 대만에서 열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예선전은 무척 중요하다. 한국 야구의 구원 투수로 ‘천운(天運)’을 타고난 김 사장의 힘을 다시 한번 빌리는 것은 어떨까.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회는 최근 몇 차례 회의를 열어 대표팀 감독 문제를 논의했다. 윤동균 기술위원장은 “전직 감독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정서상 현직 감독이 낫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했다.
그러나 굳이 현직 감독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그럴 경우 소속팀과 대표팀의 이중 부담을 안게 된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신화를 일군 김인식(한화) 감독은 두산 감독이던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대표팀은 우승했지만 전반기까지 선두를 다퉜던 두산은 후반기에 추락을 거듭해 5위로 시즌을 마쳤다.
유력한 후보인 선동렬 삼성 감독도 부담감 때문에 뚜렷한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김 사장은 “아냐, 난 못해. 자신 없어. 낼모레면 일흔 살이야. 또 반대하는 사람도 많을 거야”라며 손사래를 친다. “연륜 있는 현역 감독이 후배 감독들 잘 데리고 해야 좋은 성적이 날 거야”라고도 했다. 그러나 딱 부러진 정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스스로 “한 번도 일본에 진 적이 없다”는 ‘코끼리’ 사장님.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능력을 보여 주세요.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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