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구단 중 유일하게 미국 본토 플로리다에 캠프를 차렸던 현대는 지난 달 말, 일본 가고시마로 이동해 실전 위주의 2차 전훈에 돌입했다. 현재까지는 훈련양만 조금 늘었을 뿐 예년과 다름없는 분위기다.
지난 해 정규시즌 2위를 기록한 현대는 김재박 감독과 김용달 타격코치 등이 팀을 떠났지만 그 전력은 고스란히 유지했다.
전훈을 앞두고 구단 매각 문제에 따른 선수들의 동요에 걱정이 앞섰던 김시진 감독은 플로리다 전훈을 결산한 인터뷰에서 “오히려 선수들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다.”며 알찬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새롭게 현대 사령탑에 오른 김시진 감독은 팀 구석구석에 남아있던 김재박 전 감독의 그늘을 벗기고 새로운 맞춤식 개인훈련으로 팀 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 현대의 전력에 불안요소가 많다고 강조한다.
마운드부터 따져보면 부상에서 돌아온 정민태, 김수경, 임선동의 부활 여부에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장원삼의 2년차 징크스, 용병 마이클 켈러웨이의 구질 노출도 걱정스럽다. 전준호 역시 지난해만큼의 활약을 보여줄지 장담하기 힘들고 신철인도 군입대로 이탈했다. 마무리 후보 조용준은 몸값 줄다리기 탓에 플로리다 전훈에 참가조차 못했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루키 장효훈은 150키로 대의 강속구를 연신 포수 미트에 꽂고 있지만 김시진 감독은 “제구력과 변화구를 더 익혀야 한다.”고 평가했다. 지난 해 장원삼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타선에서는 주축인 노장 선수들의 체력 문제가 변수. 특히 포수 부분은 올해 한국 나이로 40세가 된 주전 포수 김동수가 부상이라도 당할 경우 뒤를 받쳐줄 선수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또한 취약 포지션인 유격수와 2루는 올해도 현대의 골칫거리가 될 전망이다.
한국야구위원회가 전반기 중 매각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불투명한 구단의 상황도 현대에게는 절대적인 마이너스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현대의 김시진 감독은 현대의 4강을 장담하고 있다. 정민태와 클리프 브룸바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두 선수가 투타에서 제 몫을 해줄 경우 현대의 2007년은 순조롭게 풀릴 수 있다.
통산 124승을 기록한 정민태에게 지난 2년은 끔찍했다. 두 시즌 동안 그가 거둔 기록이라고는 3패가 전부였다. 연봉도 큰 폭으로 삭감됐다. 플로리다 전훈 연습경기에서도 정민태는 아직까지 예전과 같은 날카로운 맛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가 전지훈련 일정에 따라 착실히 몸을 만들고 있는 것은 근래 들어 처음이라는 것. 더군다나 포크볼을 새로 연마중이라는 소식까지 들릴 정도로 올 시즌 각오가 대단하다.
2003년 후반, 한국프로야구에 뛰어들었던 브룸바도 지난 2년간의 일본 외도를 마치고 현대로 돌아왔다. 2004년 그는 타격왕을 비롯해 33홈런 105타점의 빼어난 성적으로 현대 타선을 이끌었다. 현대가 검증된 용병 래리 서튼을 포기하면서 까지 브룸바를 불러온 건 팀의 가장 최근 전성기를 이끌었던 그의 믿음직한 방망이를 믿었기 때문이다.
‘타고투저’가 될 것으로 보이는 올해, 브룸바가 2004년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 주고 이숭용, 이택근 등이 뒤를 받치는 것이 현대 타선의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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