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엔 미안하지만 가족이 더 소중”… 이승엽 인터뷰

  • 입력 2007년 3월 5일 03시 00분


후쿠오카=연합뉴스
후쿠오카=연합뉴스
일본 후쿠오카 야후돔에서 이승엽(31·사진)을 찾기란 아주 쉬웠다. 요미우리 선수 중에서 ‘농군패션’(스타킹을 무릎까지 올려 신는 차림)을 한 선수는 2, 3명밖에 되지 않으니까. 그중에서 가장 우람한 체격을 한 선수. 그게 바로 이승엽이었다.

최고 인기 구단 요미우리의 4번 타자 이승엽은 일본 프로야구 최고 연봉(추정 6억5000만 엔·약 52억 원) 선수다.

그러나 이승엽은 대다수의 선수가 촌스럽다는 이유로 하지 않는 농군 패션을 고집하고 있다. 이유를 물었더니 “작년에 이렇게 입고 잘 했으니까요”라고 한다. 숨은 뜻이 하나 더 있다. 그는 “스타킹을 유니폼 안에 넣으면 늘씬해 보이죠. 반면 밖으로 내서 신으면 빵빵하게 보여요. 그러면 상대 투수들에게 시각적으로 더욱 강하고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죠”라고 말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결 당당하고 여유로워진 이승엽을 3, 4일 소프트뱅크와의 시범 경기에서 만났다. 다음은 주제어별 이승엽과의 인터뷰.

●최고 선수=최고 연봉을 받긴 하지만 나는 아직 최고가 아니다.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야구=나의 인생에서 두 번째로 소중한 것이다. 첫 번째는 가족(부인 이송정 씨와 아들 은혁 군)이다. 야구엔 미안하지만 가족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인내=성적이 좋으니까 많은 분이 내가 야구를 재미있게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굉장히 힘들고 고통스럽다. 할수록 힘든 게 야구다. 사생활도 없이 매일 운동해야 한다. 시즌 끝나면 4개월 정도가 있지만 쉬는 시간이 아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스트레스 해소=그래도 버티는 것은 팬들의 관심이다. 좋은 활약을 하고 팬들의 박수를 받는 순간은 더없이 짜릿하다. 그 맛에 야구를 한다. 술, 담배, 도박은 하지 않는다. 집에 가서 가족들의 얼굴을 보면 모든 게 다 풀린다.

●몸짱=3년간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했다. 스스로 몸이 아주 좋아진 걸 느낀다. 왜 뒤늦게 시작했는지 후회가 된다. 20대 초반부터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나이=한국 나이로 벌써 32세이다. 야구 할 날이 해 온 날보다 훨씬 적다. 엊그제 신인이었는데 벌써 13년이나 됐다. 야구를 끝낸 뒤 후회하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한다.

●욕심=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우승도 하고 싶고 메이저리그도 가고 싶고, 또 한국에서도 뛰고 싶다. 50홈런을 치고 홈런왕도 하고 싶다. 정말 사람 욕심 끝이 없다.

후쿠오카=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시범경기 첫날 2안타… 어제는 3타수 무안타

요미우리 이승엽이 쾌조의 출발을 했다.

이승엽은 첫 출전인 3일 소프트뱅크와의 시범 경기에서 자신감 넘치는 스윙을 선보였다. 3번 타석에 들어서 모두 2구 안에 승부를 봤다.

이승엽은 1회 소프트뱅크의 에이스이자 작년 사와무라상(최우수 투수상) 수상자인 사이토 가즈미의 초구 높은 직구를 받아쳐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그러나 3회 사이토가 던진 낮은 초구 커브를 원바운드로 펜스를 맞히는 안타로 연결시켰고, 5회에는 왼손 투수 모리후쿠 마사히코의 2구째 슬라이더를 걷어 올려 오른쪽 담장 상단을 맞히는 2루타를 쳤다. 3타수 2안타에 1타점.

이승엽은 4일 경기에서는 좌익수 뜬공과 삼진 2개로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후쿠오카=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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