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박용수는 K-1의 강자 카오클라이 켄노르싱(태국)과 연장 라운드까지 가는 혈전 끝에 아쉽게 판정패 했다. 1라운드만 해도 특유의 현란한 킥 공격으로 카오클라이를 압도했지만 이후 부상과 체력 저하로 페이스가 크게 떨어져 아쉬움을 남겼다.
서울 대치동의 칸 체육관에서 만난 박용수는 경기에 패해 다소 어두워 보였지만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위안했다.
“카오클라이의 펀치나 킥은 맞아보니 그다지 아프진 않았습니다. 실력으로는 충분히 이길 수 있었는데 경기 운영에서 진 거죠.”
박용수는 부상도 부상이었지만 경험이 많았다면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고 장담했다. 지난 해 K-1에 데뷔한 선수 치고는 자신감이 대단하다.
‘태권파이터’ 박용수는 잘 알려진 대로 태권도 선수 출신으로 처음 K-1 무대에 뛰어든 파이터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 보다 더 어렵다는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히기도 했고 문대성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유명세를 탔다.
지난 해 6월 열린 K-1 월드그랑프리 서울대회 오프닝매치를 시작으로 격투기 세계로 들어선 박용수는 그동안 리키 조, 와타나베 다이스케 등 주로 일본의 2류급 선수들과 맞붙어 화끈한 승리를 거뒀다.
2미터에 달하는 신장과 빠른 스피드, 그리고 일반 무에타이 선수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좌우 연속 발차기는 실로 가공할 만 했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테크니션인 카오클라이도 박용수의 발차기 공격에 시합 초반, 상당히 고전했을 정도다.
박용수는 자신의 출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태권 도복을 입고 링에 오르는 그에게서 머지않아 태권도로 격투기계를 평정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태권도가 격투기 무대에서 충분히 통합니다. 복싱 기술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다른 부분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박용수는 태권도를 하는 후배들이 격투기로 전향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하드웨어적으로는 충분히 훌륭하지만 적응력이 중요해요.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이어 박용수는 라이벌 문대성이 만약 격투기계로 진출할 경우 성공여부에 대해 “문대성 선수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겠죠.”라며 말을 아꼈다.
박용수는 자신의 장기인 킥 공격에 대해 “킥만 놓고 본다면 크로캅에 전혀 뒤질게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크로캅의 하이킥은 ‘전율’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상대 선수들에게는 공포의 대상. 태권도로 단련된 박용수의 킥 역시 파워와 스피드 모두에서 수준급임에는 틀림없다. 언젠가 크로캅과 박용수의 매치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박용수의 ‘위풍당당’ 함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현재 K-1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 파이터인 최홍만과도 싸워보고 싶다는 그는 “최홍만 선수의 백본인 씨름보다 태권도가 훨씬 빠르고 격투기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부족하지만 1년 후 쯤에는 충분히 맞설 수 있는 실력이 될 겁니다.”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박용수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지면서도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배우려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 특히 복싱기술과 체력 문제는 박용수가 탑 클래스의 파이터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과제다.
“지켜봐 주시면 한국 태권도의 우수성을 K-1 무대에 널리 떨치겠습니다.”
격투기 팬들은 머지않아 검은 띠가 아닌 챔피언밸트를 차게 될 박용수의 모습을 기다리고 있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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