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잦은 부상에 시달리다 보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아버지의 권유로 가정법원에 개명신청서를 내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이상민은 “한자를 바꾸면 그 의미대로 스피드는 떨어질지 몰라도 안 다치고 편히 뛸 수 있으면 좋겠다”며 웃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부상은 운동선수에게 결코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대상이다. 그러나 이 불청객은 예고 없이, 그것도 결정적인 순간에 찾아와 속을 태운다.
프로농구 동부 전창진 감독과 전자랜드 최희암 감독.
최근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향해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맞대결을 하루 앞둔 6일 원주의 한 중국집에서 함께 점심을 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전 감독은 “동병상련입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최 감독은 “전 감독이 참 힘들어 보인다. 천하의 명장이라도 어쩔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양경민 손규완의 연이은 부상으로 고전한 동부는 팀의 기둥인 김주성마저 지난달 말 왼쪽 허벅지를 다쳐 5경기를 못 뛰는 바람에 최근 5연패에 빠졌다. 전자랜드 역시 전력의 핵심인 키마니 프렌드가 어깨 탈골로 8주 진단을 받아 7일 수술대에 오른다.
애타는 감독의 마음만큼이나 당사자인 선수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다.
김주성은 불면증까지 호소할 정도. 새벽마다 ‘빨리 뛰어야 할 텐데…’라는 생각에 잠자리를 뒤척인다. 몸싸움이 많은 포지션이라 늘 부상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도 지난 4시즌 동안 2경기만 빠졌던 그는 정작 포스트시즌에 오르기 위해 더 뛰어도 시원찮을 요즘 벤치를 지키는 자신의 신세가 안타깝기만 하다.
농구 코트에서는 누구나 부상 없는 세상을 꿈꾸지만 한낱 이상에 불과할 것 같다.
피할 수 없는 부상의 악령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더욱 중요하게 느껴진다.
김종속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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