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가능성 보여준 첫 선발등판…3이닝 1실점 호투

  • 입력 2007년 3월 8일 05시 02분


‘코리언특급’ 박찬호(34.메츠)가 시범경기 첫 선발등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박찬호는 8일(한국시간) 플로리다 포트 마이어스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3이닝을 2안타 1실점 2볼넷 1K로 막아냈다. 12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54개의 투구수를 기록했으며 30개의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1점을 내줬지만 데이빗 오티즈-매니 라미레즈-J.D.드류 등 보스턴의 간판타자들이 포함된 타선을 상대한 것을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은 투구내용이다.

관심을 모았던 직구최고구속은 90마일(145킬로)이었다. 90마일을 상회하는 강력한 패스트볼은 없었지만 87-90마일에서 직구스피드가 형성됐으며 볼끝의 움직임도 좋았다. 와인드업 동작 없이 곧바로 피칭이 이어지는 투구동작을 선보였고, 변화구보다는 포심패스트볼을 테스트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제구력에 신경을 쓴 탓인지 다이내믹한 투구동작은 아니었다. 하지만 팔의 각도가 지난해보다 올라왔고, 키킹 동작부터 공을 놓는 릴리스 과정까지 안정된 투구밸런스를 유지했다.

첫 등판이라는 부담감을 안고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선두타자 훌리오 루고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다음타자 케빈 유킬리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웠으나 강타자 오티즈와 라미레스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해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다음타자는 보스턴이 지난 겨울 거액을 투자해 영입한 드류. 박찬호는 2-3 풀카운트에서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2루수 호세 발렌틴이 볼을 놓치지 않았다면 병살타로 연결돼 실점없이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장면.

그러나 발렌틴이 몸을 돌리는 피벗 과정에서 볼을 놓쳐 타자주자를 1루에서 아웃시키지 못했다. 재빨리 공을 잡아 다른 주자를 아웃시켰지만, 병살로 이어지는 연결동작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점은 박찬호의 자책점으로 기록됐다.

1회말 피칭에서 간과해서 안 될 점은 패스트볼을 앞세우는 피칭을 했다는 것. 대부분이 패스트볼이었으며 특히 보스턴이 자랑하는 3-4-5번 오티즈-라미레스-드류를 상대하면서는 19개의 공을 모두 패스트볼로 던졌다. 변화구로 위기를 탈출할 수 있었음에도 올 시즌 자신과 운명을 함께할 패스트볼을 테스트 한 것.

지난 오프 시즌부터 언급해온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데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1회말 투구내용이었다.

1회를 넘긴 박찬호는 2회부터 안정된 피칭을 선보였다. 변화구를 섞어 던지자 타자들은 타격포인트를 찾지 못했고, 박찬호는 유리하게 승부를 이끌어가며 2회와 3회말을 실점 없이 막아냈다.

변화구는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많이 던지지는 않았지만 윌리 랜돌프 감독이 극찬했던 슬러브는 타자 앞에서 날카롭게 꺾여 위닝샷임을 증명했고, 느린 커브도 큰 각을 형성했다. 가장 돋보였던 것은 체인지업.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은 74-78마일의 체인지업은 슬러브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위닝샷으로 구사해도 좋을 만큼 위력적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박찬호는 폴 로두카가 아닌 카스트로와 배터리를 이뤘다. 가끔씩 사인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 좌우 코너를 활용하고, 커브-슬러브-체인지업을 고루 구사하게 하는 등 이상적인 호흡을 보였다.

박찬호는 팀이 0-1로 뒤진 4회 애런 실리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박찬호가 안정감 있는 피칭을 보여준 반면 선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실리는 2이닝 동안 4점을 실점하는 최악의 투구내용을 기록했다. 박찬호가 실리보다 우위에 있음을 직접 확인시켜준 의미 있는 등판이었다.

임동훈 스포츠동아 기자 arod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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