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기자의 히트&런]‘WBC 영웅’ 김인식 감독이 김경문 감독에게

  • 입력 2007년 3월 13일 03시 01분


국민 감독, 휴먼 야구, 믿음의 야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으로 시작해 소속팀 한화의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작년 한국 야구의 주인공은 김인식 감독이었다. 이끄는 팀마다 승승장구하면서 그는 일약 영웅이 됐다.

단지 성적이 좋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김 감독은 선수에게 믿음을 줬고, 선수는 실력으로 보답했다. 무엇보다 그의 야구는 재미있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예선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경문 두산 감독이 기자회견을 한 12일. 김 감독은 그 시간에 대전에서 SK와 연습 경기를 가졌다. 경기 전 그는 두산 감독 시절 코치였던 김경문 감독에게 따뜻한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메시지를 그대로 옮겨본다.

대전에서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그때 내가 잘한건 딱 한가지

말은 줄이고 행동은 과감히”

경문이에게.

정말 힘든 결정을 했다. 대표팀과 소속팀을 함께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 여러 모로 신경 쓸 일이 많겠지만 어쩌겠어, 다 그렇게 헤쳐 나가는 거지.

내가 WBC 감독을 하면서 잘한 게 딱 하나 있다. 원칙 하나는 제대로 지켰지. 말은 아끼고 행동은 과감하게 하라는 거야.

선수를 뽑을 때도 그래. ‘해외파든 국내파든 조국을 위해서 나와 달라’라는 말 같은 것은 할 필요가 전혀 없어. 그냥 ‘실력대로 뽑는다’고 하고 뽑아야 해. 우리나라 선수인데 누가 국가 생각을 안 하겠어?

아프다고 빠진다는 애가 있으면 그냥 조용히 다른 선수로 교체해. 아프다는데 무슨 말이 필요해.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서로의 감정만 상하는 거야. 병역 미필자 위주니 뭐니 이런 말도 할 필요가 없어. 그런 틈을 보이면 구단 간의 이해가 걸리게 되니까.

그냥 생각한 것이 있으면 그대로 밀어붙이면 돼. 너는 뚝심도 있고, 실력도 있으니까 옳다고 생각한 대로 하면 될 거야.

일본과 대만이 세다고 하지만 뭐 별다를 게 있어? 그냥 붙으면 되는 거지.

선뜻 무거운 짐을 짊어진 모습이 아주 보기 좋아. 내가 아는 김경문은 충분히 좋은 성적을 올릴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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