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파키스탄의 낭가파르바트, 네팔의 에베레스트를 오를 때 공통적으로 깨달은 것이 있다. 정상까지 오르려면 반드시 자기 속도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느리고 답답해 보여도 정상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자기 속도로 가기만 하면 되는데,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부단히 올라가면 정상에 오를 수 있는데, 쓸데없이 남과 비교하면서 체력과 시간을 낭비하느라 꼭대기에 오르지 못한다면….”
마라톤도 마찬가지. 누구나 ‘자기의 속도’로 42.195km를 달려야 한다. 마라톤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오버 페이스다.
자기의 속도는 자기가 살펴 조절하는 것이 먼저다. 하지만 혹시 레이스 중에 자기 속도를 잃어버려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노란 풍선을 찾으면 되니까.
이번 대회에는 완주 목표 시간 3시간(2명)부터 5시간(4명)까지 10분 간격으로 모두 53명의 페이스메이커가 목표 시간이 표시된 노란 풍선을 매달고 함께 뛴다. 국내 대회 최대 규모다. 페이스메이커들은 모두 마라톤 경력 5년 이상의 베테랑이고 자신의 최고 기록보다 20∼50분 느린 기록을 뛰기 때문에 믿을 만하다.
‘3시간’ 페이스메이커로 참가하는 남궁만영(39) 씨는 완주만 105번 했다. 이 중 ‘서브스리’(풀코스 3시간 이내 완주)가 81차례. 서울국제마라톤에서만 3번째로 페이스메이커를 맡은 그는 “3시간 이내 주파가 목표인 참가자들은 저를 믿고 따라오면 된다”고 자신했다.
페이스메이커들을 중간 레이스를 점검하는 바로미터로 활용해도 좋다. 4시간 완주가 목표인데 중간에 ‘3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를 만났다면 오버 페이스이고 ‘4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를 만났다면 슬로 페이스이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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