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물소리를 들으며 달렸더니 기록이 단축됐나 보네요."
마라톤 온라인 동호회원들 사이에서 '야생마'로 불리는 주부 홍현분(46) 씨는 18일 동아마라톤대회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을 6분 앞당긴 것을 확인하자 힘든 것도 잊은 채 남편에게 달려갔다.
4시간 43분으로 결승점을 통과한 홍 씨는 풀코스 완주만 56번째인 베테랑 마라토너.
2002년 4월 한 마라톤대회에 구경을 갔다가 참가 못한 선수의 빈 자리에서 대신 뛴 것이 마라톤과의 첫 번째 인연이다.
홍 씨는 "절반만 뛰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뛰다보니 완주까지 했다"고 기억했다. 홍 씨의 당시 기록은 5시간 17분 3초.
[화보] 이봉주, 2007 서울국제마라톤대회 우승
[화보] 2007 서울국제마라톤대회 출발선 표정
[동아마라톤 마스터스 화보] 달리는 나를 찾아보세요
이봉주, 2007 서울국제마라톤 우승 감격
“아빠가 아프리카 선수들 보다 빨랐어”
‘달림이’들 서울 도심에서 축제 한마당
우연한 마라톤 출전을 추억거리로 묻어두려던 홍 씨에게 마라톤은 다시 찾아왔다. 같은 해 5월 수영장에서 만난 친구가 지구력 기르기에 좋다며 마라톤을 인터넷 카페 가입을 권한 것.
남자 회원들과 함께 뛰면서 승부근성이 발동한 홍 씨는 '저 사람은 한번 이겨봐야지'하는 마음으로 빠지지 않고 연습에 참석했다. 연습 때 10㎞를 뛰겠다고 마음먹으면 초과해서 15㎞를 뛸망정 그 이하로는 뛰지 않을 정도로 악바리 근성을 보이자 동호회 회원들은 그녀를 이름 대신 '야생마'라는 별명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어머니를 곁에서 지켜보던 아들도 "너무 몸을 혹사하면 빨리 늙는다"며 걱정을 했고, 처음에는 마라톤을 같이 하던 남편도 "왜 그렇게 힘든 운동을 악착같이 하느냐"며 만류할 정도였다.
홍 씨는 마라톤을 하면서 TV드라마 보기를 포기했다. 드라마에 빠지면 달리기를 거를까봐서다. 매일 집이 있는 방화동에서 여의도까지 왕복 26㎞를 달리는 홍 씨는 지난해 10월에는 총 주행거리 200km가 넘는 사하라 사막마라톤에 참가해 10㎏이 넘는 짐을 지고도 40대 참가자로는 1위로 완주했다.
[화보] 이봉주, 2007 서울국제마라톤대회 우승
[화보] 2007 서울국제마라톤대회 출발선 표정
[동아마라톤 마스터스 화보] 달리는 나를 찾아보세요
이봉주, 2007 서울국제마라톤 우승 감격
“아빠가 아프리카 선수들 보다 빨랐어”
‘달림이’들 서울 도심에서 축제 한마당
이번 대회는 홍 씨에게는 5번째 동아마라톤 출전. 홍 씨는 서울시내 한복판을 두 발로 뛰며 내가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동아마라톤의 최대 장점이라고 꼽았다. "6월에 있을 고비 사막 마라톤을 대비해 산악 훈련을 하는 것"이 '야생마' 홍 씨의 다음 계획이다.
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