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서울국제마라톤 이모저모

  • 입력 2007년 3월 18일 17시 47분


우승자에게 최대의 찬사는 관중들의 환호도, 메달도 아닌 어린 아들의 입맞춤이었다.

전 세계 52개국에 중계된 세계적 권위의 2007서울국제마라톤은 최고 마라토너들의 각축장인 동시에 마라토너 가족들의 봄 축제장이었다. 환한 봄 날씨는 선수들의 다리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어! 내 아들. 이리 와 봐!"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한 이봉주 선수는 첫째 아들 우석(4) 군이 인근에서 뛰어 다니며 노는 것을 보자 얼른 쫓아가 부둥켜안았다. 105리의 레이스를 펼친 뒤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 눈에 띄자 너무 반가웠던 것. 우석 군은 손으로 아빠 얼굴을 어루만지며 "아빠 잘 달렸어. 아프리카 흑인보다 훨씬 빨랐어"라고 말했다.

이봉주는 기자회견과 도핑테스트를 마치고는 둘째 아들 승진(3) 군을 얼싸안고 다시 '아들 사랑'을 과시했다. 취재진의 플래시 속에 승진 군을 끌어안고 "아빠 뽀뽀"를 외쳤고 승진 군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얼굴을 어루만지며 입맞춤을 했다.

○…이봉주 선수의 역전 우승은 마스터스 참가자들에게도 큰 화제. 경기 중간에 응원 나온 시민들로부터 이봉주 선수의 우승소식을 전해들은 참가자들은 기쁜 소식에 발걸음도 더 가벼웠다고. 3시간 10분대에 완주한 이기일(41·회사원) 씨는 "2시간 10분 정도 뛰었는데 응원 나온 시민들이 이봉주 선수가 우승했으니 더 파이팅하라고 응원해줬다"며 "이봉주 선수 소식에 나까지 기분이 좋아서 더 열심히 뛰었다"며 웃음.

[화보] 이봉주, 2007 서울국제마라톤대회 우승
[화보] 2007 서울국제마라톤대회 출발선 표정
[동아마라톤 마스터스 화보] 달리는 나를 찾아보세요

이봉주, 2007 서울국제마라톤 우승 감격
“아빠가 아프리카 선수들 보다 빨랐어”
‘달림이’들 서울 도심에서 축제 한마당

○…국내 최고의 마라톤 대회답게 육상계 거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유종하(7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위원회 위원장과 박정기(72)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집행이사는 출발 전 광화문에 나와 선수들을 격려했다. 1950년 보스턴마라톤 우승자 함기용(78) 전 육상경기연맹 부회장, 같은 대회에서 3위를 했고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4위를 차지한 최윤칠(79) 전 육상경기연맹 고문, 1960년 로마올림픽에 출전했던 최충식(76) 전 육상경기연맹 부회장 등 마라톤 원로들도 경기장을 찾았다.

○…이번 동아마라톤의 최고 도우미는 날씨. 마라톤하기 가장 좋은 3~9도의 날씨 덕분에 참가자들 대부분이 자신의 최고 기록을 갱신. 골인 지점은 서로의 기록 갱신을 축하하는 참가자들로 인해 축제 분위기가 됐다. 2시간 52분대에 골인해 생애 최초로 '서브 3(3시간 이내에 골인하는 것)'를 달성한 배태종(36·충남 연기군) 씨는 "작년처럼 너무 추우면 어쩌나 하고 옷을 껴입고 왔는데 달리다가 다 벗어버렸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올해 새로 바뀐 마라톤 코스가 기록 상승에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잠실대교 구간이 바람이 많이 분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구간이 언덕이 줄고 평지가 늘어나 달리기가 훨씬 수월했다는 평. 특히 새로 물길을 튼 청계천 코스에 대한 만족감도 높았다. 육사 졸업생 마라톤 동호회인 '화랑마라톤 클럽' 회원 신건웅(65) 씨는 "청계천 근처를 달릴 때 물소리가 나 기분이 좋았다"며 "자연과 도심이 어우러진 동아마라톤은 세계적으로도 손색없는 코스다"라고 호평.

○…올해도 장애를 딛고 완주한 참가자들이 화제. 시각장애인 정윤노(35· 서울 강북구 미아동) 씨는 함께 뛰어준 양성욱(33) 씨와 함께 3시간 53분대에 결승선을 통과해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3시간 46분대의 기록으로 완주한 시각장애인 조병일(50·대전 중구 중촌동) 씨는 "동반주자와 나란히 뛰다 보니 다른 참가자들이 불편할 법도 한데 길을 비켜주고 파이팅을 외쳐줘 너무 고마웠다"며 감사를 전했다.

[화보] 이봉주, 2007 서울국제마라톤대회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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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외국인 참가자들은 237명. 대회 참가를 위해 친구 2명과 함께 지난 주 화요일 입국했다는 미국인 도널드 컨(50·컨설턴트) 씨는 "지난해 호주 여행을 하다가 만난 한국인이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마라톤 대회가 동아마라톤'이라고 말했다"며 "오늘 뛰어보니 대회 코스가 너무 아름답고 완벽하다"고 극찬. 미국인 존 월래스(63) 씨도 "1962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는데 이토록 완벽한 날씨와 코스는 없었다"며 "내년 대회에도 꼭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올해 처음으로 참가자들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손수제작동영상(UCC)을 접수받아 결승점인 잠실올림픽주경기장 대형전광판에 수차례 내보냈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애교 섞인 응원, 한 참가자가 자신의 마라톤 역정을 음악과 함께 엮은 동영상 등 20여 편이 게시됐다.

○…자원봉사자들의 보이지 않는 땀과 노력이 마라톤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도움을 줬다.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접수한 3500여 명의 자원봉사단원은 초등학생부터 70대 노인들까지 다양. 특히 학교, 군부대 등 단체접수를 받지 않고 순수한 개별자원봉사자들로만 인원이 충원돼 대회관계자들도 한층 높아진 마라톤 사랑에 놀랐다. 홍성욱(13·서울 광장초) 군은 "엄마가 이런 활동을 소개해줘 동네 아줌마들, 형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나왔다"며 "날도 따뜻하고 바람도 없어 어려움이 없었다"고 웃음을 지었다.

○…소망을 담은 종이를 유니폼에 붙이고 뛰는 사람들이 많아 거리의 응원단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소망의 내용도 '우리가족 건강해♡3시간 완주', '사법연수원 4학기 대박' 같이 다양했다. '4학기 대박'이라는 구호를 적어 등에 붙인 사법연수원생 김모(30) 씨는 "4학기에 연수원에서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어 결의를 다지는 뜻에서 적어 붙였다"고 말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이승건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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