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1㎏ 방망이가 가볍네요”

  • 입력 2007년 3월 22일 02시 59분


문제 하나. 다음 거포들 중 가장 무거운 방망이를 사용하는 타자는 누구일까.

①이승엽(요미우리) ②심정수(삼성) ③김동주(두산) ④이대호 ⑤호세(이상 롯데) ⑥김태균(한화).

홈런을 가장 많이 친 선수는 이승엽(31)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409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방망이도 꽤 무거운 걸 쓴다. 20대에 한국에서 뛸 때는 950g짜리를 쓴 적도 있다. 요즘은 910∼920g짜리를 사용한다.

이승엽의 홈런 라이벌이었던 심정수(32)는 가벼운 방망이를 선호한다. 830∼840g짜리 방망이로도 홈런을 양산했다. 통산 홈런은 293개.

○겨우내 웨이트트레이닝 충실 자신감

김동주(31)와 이대호(25)는 900g짜리를 사용한다. 작년까지 국내에서 가장 무거운 방망이를 쓴 선수는 호세(42)였다. 한창 때는 1kg짜리를 휘둘렀고, 요즘은 980g짜리를 쓴다.

정답은 ⑥번이다. ‘포스트 이승엽’의 유력한 후보인 김태균(25·사진)은 올해 시범 경기에서 1kg짜리 방망이를 들었다.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는 삼국지의 관우를 연상케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칙에 따르면 방망이는 길이가 42인치 이하여야 한다. 무게 규정은 없다.

김태균은 “원래 1kg짜리 방망이는 연습용이다. 경기에선 950g짜리를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겨울에 훈련을 많이 해 1kg짜리 방망이가 가볍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실 무거운 방망이를 쓴다고 홈런이 더 잘 나오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방망이의 순간 스피드다. 김용달 LG 타격코치는 “가볍고 가늘면서 긴 방망이를 쓰는 게 더 유리하다. 무거울수록 순간 스피드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 코치는 “다만 똑같은 스피드를 낼 힘이 있다면 무거운 방망이를 사용하는 게 타구를 더 멀리 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균은 자신만만하다. 그는 “승엽이 형을 본받아 겨우내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힘이 좋아진 것을 느낀다. 무거운 방망이를 쓰면 빗맞았을 때조차 헤드 무게 때문에 타구가 더 멀리 뻗어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 이대호 활약에 자극 “올핸 홈런킹”

김태균에게 자극제가 된 것은 지난해 타격 트리플 크라운(홈런, 타율, 타점 1위)을 달성한 친구 이대호. 그는 “꾸준함으로 따지면 내가 앞선다. 그런데 대호가 작년에 너무 잘하면서 연봉이 역전됐다(김태균은 3억1000만 원, 이대호는 3억2000만 원). 이대로 질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작년 홈런왕 이대호의 홈런은 26개. 올해는 둘의 자존심 대결에 부상에서 회복한 심정수까지 가세했다. 야구의 꽃이라는 ‘홈런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호세다운’ 방망이… 국내서 가장 긴 91㎝ 사용▼

“그의 방망이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롯데의 외국인 선수 펠릭스 호세(42)는 야구 선수로선 환갑이 넘은 나이다. 그러나 그가 쓰는 방망이는 여느 한국 선수와는 많이 다르다. 183cm의 키에 100kg이 훌쩍 넘는 거구인 그는 체격에 어울리는 방망이를 사용한다.

보통의 한국 선수들은 길이가 33인치(83.8cm)나 33.5인치(85.1cm), 무게가 850g인 방망이를 쓴다.

그런데 호세의 방망이는 무려 36인치(91.4cm)에 이른다. 김동주나 이대호 등 한국 거포들이 쓰는 34인치(86.4cm)와 비교해도 5cm나 길다.

상대적으로 손이 작은 한국 선수들은 가는 손잡이를 선호한다. 둘레는 대개 22.5mm에서 23.5mm 정도다. 호세의 방망이 손잡이 둘레는 무려 26mm다. 말하자면 빨랫방망이 같은 느낌이다.

국내 최대 방망이 제조업체인 맥스사의 공금석 사장은 “우리 선수들의 방망이가 잘 부러지는 이유는 손잡이가 가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세 같은 경우는 1년 내내 써도 좀처럼 방망이가 부러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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