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워키, ‘제 2의 디트로이트’ 노린다

  • 입력 2007년 3월 27일 13시 17분


2007 메이저리그 개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앞 다퉈 올 시즌 예상을 쏟아내고 있지만 각 지구별 판도 예상은 거의 비슷하다.

아메리칸리그의 경우 동부지구는 양키스와 보스턴의 싸움, 중부는 화이트삭스, 디트로이트, 미네소타의 3파전, 서부는 에인절스의 강세가 일반적 예상이다. 내셔널리그에서는 동부 뉴욕 메츠, 중부 세인트루이스와 컵스, 그리고 서부는 다저스와 샌디에이고가 경합할 것이 유력하다는 견해가 많다.

그러나 예상은 어디까지나 예상이다. 해마다 이를 비웃으며 의외의 돌풍을 일으키는 팀들은 항상 있어왔다. 지난시즌 AL 중부지구의 디트로이트가 대표적이다.

지난 해 95승 67패로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를 획득한 디트로이트는 플레이오프에서도 승승장구하며 월드시리즈까지 오르는 저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디트로이트는 불과 1~2년 전인 2005년과 2004년, 연달아 4할대 승률에 그쳤던 하위권 팀이었다. 좀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2003년에는 43승 119패, 승률 265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갑작스런 디트로이트의 변신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몸 값 나가는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것도 아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짐 릴랜드 감독을 중심으로 팀웍이 살아났고 미완의 대기였던 젊은 선수들의 분전도 큰 몫을 했다.

그렇다면 2007년판 디트로이트는 어느 팀이 될까? 내기를 한다면 필자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의 밀워키 브루어스에 돈을 걸고 싶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리빌딩을 추진해온 밀워키는 2005년 정확히 81승 81패로 승률 5할을 기록해 2006년 한 단계 상승이 기대됐으나 오히려 75승으로 뒷걸음질 쳤다. 부상 선수들의 속출과 불펜의 몰락이라는 악재를 만난 탓이다.

올해 밀워키의 객관적인 전력도 지구 수위를 다툴 수준은 아니다. 선발 덕 데이비스의 빈 자리는 영입한 제프 수판과 클라우디오 바르가스가 메워줄 수 있다지만 중심타자였던 카를로스 리의 공백은 꽤 커 보인다. 지난해에 비해 전력 보강이 많지 않으니 성적도 크게 좋아지기를 바라는 건 무리일 수 있겠다.

그러나 밀워키 라인업 여기저기 포진해 있는 젊은 선수들의 포텐셜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다. 지난 수년간 팀 성적 부진으로 드래프트 상위 순번의 유망주들을 대거 영입한 효과다. 이들이 한꺼번에 자신의 가능성을 폭발시켜 준다면? 이런 가정이라면 밀워키는 그동안 ‘폭풍전야’였던 셈이다.

올 시즌 밀워키의 예상 라인업을 살펴보면 1루수 프린스 필더를 비롯해 2루수 릭키 윅스, 우익수 코리 하트, 유격수 J.J. 하디, 3루수 라이언 브라운까지 5명이 25세 이하의 젊은 선수들이다. 이들은 하나 같이 마이너리거 시절 유망주 랭킹 상위권에 올랐던 ‘될성부른 떡잎’들. 이미 프린스 필더는 어느덧 밀워키의 중심타선 한 축을 담당하는 위치에 까지 올라있다. 밀워키처럼 젊은 유망주들을 대거 주전 라인업에 포진시킨 팀을 찾기란 쉽지 않다. 흔히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올 시즌 예상 라인업을 밀워키와 비교하곤 하지만 힘과 기동력에서 밀워키가 다소 우위다.

엄청난 가능성을 지닌 밀워키의 유망주들, 그리고 27세의 나이로 어느덧 팀 내 고참급이 되어버린 중심타자 빌 홀의 존재까지. 어느 팀보다 젊고 활기찬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는 팀이 밀워키다.

소리 없이 강한 밀워키 마운드

전자제품 CF에 등장했던 “소리 없이 강하다.”라는 카피가 있다. 밀워키의 마운드가 바로 그렇다. 부상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에이스 벤 시츠는 분명 사이영상도 거머쥘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투수다. 지난해 11승을 거둔 좌완 크리스 카푸아노는 올 시즌 한 단계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

시츠-카푸아노의 좌우 원투펀치를 받치는 하위 선발도 안정적이다. 지난해 세인트루이스 우승 멤버였던 제프 수판이 새로 영입됐다. 수판은 이닝이터인데다 경험이 적은 밀워키 마운드에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된다. 특히 큰 경기에서 수판은 밀워키의 구세주가 될 것이다.

4선발이 유력한 데이비드 부시는 지난 해 210이닝을 소화하며 12승을 올렸다. 탈삼진을 166개를 잡아내는 동안 볼넷은 38개에 불과했다. 애리조나에서 건너 온 클라우디오 바르가스도 구위 자체로는 5선발에 두기 아까운 투수다. 지난 해 12승을 거뒀는데 고지대에 위치해 투수에게 불리한 체이스필드를 홈으로 사용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괜찮은 성적이다.

괜찮은 건 선발진 뿐 아니다. 밀워키의 뒷문을 지키는 프란시스코 코데로는 리그의 수준급 마무리 투수다. 2005년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작년 밀워키 이적 후 성적을 보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코데로가 오기 전 마무리 투수였던 데릭 턴보는 부담을 털고 셋업맨으로 전념한다면 상당한 내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밀워키의 전력은 투타 모두에서 겉으로 보기보다 훨씬 짜임새가 있다. 이종률 메이저리그 해설위원도 “이젠 밀워키도 경험이 붙어 경쟁력이 충분해 졌다.”며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팀들의 전력이 강하지 않아 해볼만 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올해 내셔널리그 중부지구는 예측 불허다. 디팬딩 챔피언 세인트루이스가 지난해 보다 마운드가 약화됐고 앤디 페팃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간 휴스턴도 불안하기만 하다. 비시즌 간 많은 투자를 한 시카고 컵스 역시 완벽한 전력이라고 볼 수는 없다. 밀워키가 충분히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스포츠에서 예상대로만 결과가 나오면 재미는 반감된다. 지난해 디트로이트가 깜짝 돌풍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면 올해는 밀워키가 그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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