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선수권 대구 개최]휘날리는 태극기를 보고 싶다

  • 입력 2007년 3월 28일 03시 01분


“대구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한국 육상의 낮은 수준 때문이다.”

지난달 대구를 방문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실사단이 한 목소리로 지적했던 내용이다. 2002년 월드컵을 치러낸 종합경기장을 비롯해 선수단 숙소, 미디어센터 등 시설은 경쟁 도시보다 낫지만 육상 수준은 최하라는 얘기였다. 대회 기간 중 관중 동원이 힘들 것이라는 지적 역시 같은 맥락이다. 세계 최고의 육상 스타들을 보러 오긴 하겠지만 국내 선수가 예선에서 무더기 탈락한 레이스는 아무래도 맥이 빠진다.

국내 육상 기록과 세계 기록의 수준(표 참조)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한국은 아시아 기록 하나 갖고 있지 못하다. 그렇다고 기초 종목인 육상에서 단기간에 세계적인 스타를 키워낸다는 것은 솔직히 불가능한 일이다. 운동에 소질이 있는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축구나 야구, 농구, 골프 등 인기 종목을 선택한다. 육상은 ‘배고픈 종목’이라는 인식도 팽배하기 때문에 자질 있는 어린 선수를 발굴하는 것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백형훈(45·서울체육중 교사) 대한육상경기연맹 기술위원장은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나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치르면서 국내 스포츠가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을 볼 때 이번 대회 유치는 국내 육상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반기면서도 “남은 기간에 육상의 저변 확대를 꾀한다는 것은 솔직히 쉽지 않다. 대신 김덕현(세단뛰기), 정순옥(멀리뛰기), 박재명(창던지기·사진) 등 발전 가능성 있는 선수를 집중 육성해 스타로 만든다면 대회를 통해 보다 많은 팬들이 육상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기력 향상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는 1986년 아시아경기,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는 기초 종목인 육상, 수영, 체조 등에 많은 지원을 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지원은 자연스럽게 줄었다. 육상 관계자들은 “정부가 물질적인 지원은 아니더라도 정책을 통해 관심을 보여준다면 상황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의 지원도 필수적이다. 비인기 종목이라 지원을 해주기 힘들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축구, 야구, 농구 등 프로 종목을 운영하는 대기업이 매년 겪는 적자는 연간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에 이른다. 반면 육상을 지원하는 데는 그렇게까지 많은 돈이 들지는 않는다.

육상 주요 종목 기록 비교
종목한국기록아시아기록세계기록
100m10초3410초00(일본)9초77(미국, 자메이카)
200m20초4120초03(일본)19초32(미국)
400m45초3744초56(오만)43초18(미국)
1만 m28분30초5426분38초76(카타르)26분17초53(에티오피아)
110m 허들13초6712초88(중국)12초88(중국)
높이뛰기2m342m39(중국)2m45(쿠바)
멀리뛰기8m038m48(사우디아라비아)8m95(미국)
세단멀리뛰기17m0717m35(카자흐스탄)18m29(영국)
포환던지기18m5120m54(카타르)23m12(미국)
창던지기83m9987m60(일본)98m48(체코)
400m 계주39초4338초31(일본)37초40(미국)
마라톤2시간07분20초2시간06분16초(일본)2시간04분55초(케냐)

몸바사=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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