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수과정에는 전형적인 약육강식의 경제 논리가 작용했다. 미국에게 프라이드를 넘긴 일본 격투기계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이만저만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을 제쳐두고 격투기 팬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UFC의 프라이드 인수는 그야말로 흥분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명실상부한 종합격투기 최강자를 가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프라이드는 일단 일본에서 지금처럼 독립적으로 운영될 전망이지만 UFC와의 교류전이 흥행카드로 자주 쓰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UFC의 로렌조 페티다 대표는 “프라이드와 UFC의 단체대항전이라는 꿈의 대전이 현실화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일단 오는 4월 8일 열리는 프라이드34 대회에서 일본의 후지타 카즈유키가 UFC 소속의 제프 몬슨과 일전을 펼치며 교류전의 시작을 알리게 됐다.
비슷한 케이스로 미국 내 프로레슬링 단체 WWE도 로(RAW)와 스멕다운(Smack Down), ECW 등 3개의 대회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고 큰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3개 단체의 선수들을 모두 모아 대항전을 갖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프라이드와 UFC도 평소에는 독립적으로 대회를 운영하다 연말 쯤 ‘종합격투기 월드시리즈’를 치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프라이드와 UFC는 경기 룰이 다소 다르다. 특히 프라이드가 일반적인 사각 링에서 싸우는 반면 UFC는 철창 안의 옥타곤에서 시합을 갖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 그러나 두 대회 모두 기본적으로 종합격투기를 표방하는 만큼 선수들이 서로의 룰에 적응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
선수 층은 모든 체급에서 프라이드가 훨씬 두텁다. 헤비급에 표도르를 비롯해 마크 헌트, 안토니오 호제리오 노게이라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 파이터가 즐비하고 라이트 헤비급에 반더레이 실바가 독보적이다. UFC에는 헤비급 랜디 커투어와 라이트 헤비급 척 리델 등이 유명하다.
특히 최근 프라이드에서 UFC로 옮겨간 미르코 크로캅이 다시 프라이드 파이터들과 대결이 가능해 지면서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표도르와 크로캅의 재대결은 격투기 팬들이 꿈에 그리던 ‘드림매치’다.
UFC의 프라이드 인수에 정확히 어떤 배경이 깔려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격투기 팬들은 두 단체의 정상급 파이터가 자웅을 겨루는 장면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신날뿐이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