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27일 현재 시범경기 7승 1패로 프로야구 8팀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롯데가 보여주고 있는 경기력은 지난 몇 년과는 영 딴판이다.
선발, 허리, 마무리까지 톱니바퀴 돌아가듯 짜임새 넘치는 마운드, 그리고 찬스에서 어김없이 득점으로 연결하는 타선도 놀랍다. 어떻게 이런 팀이 2001년 이후 가을에 야구를 못했는지 의아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시범경기 승률이 정규시즌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오히려 시범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팀이 정작 실전에서 부진했던 경우가 좀 더 많았다.
가까운 예로 지난 해 LG는 시범경기 1위를 하고도 정규시즌 꼴찌의 수모를 당했다. 프로야구 초창기 때는 아예 ‘시범경기 1위 팀=정규시즌 하위권’이라는 불문율이 통했다. 83년 OB 베어스, 84년 삼미 슈퍼스타스, 85년 청보 핀토스, 86년 롯데가 그해 시범경기 1위를 차지했지만 하위권에 머물렀다.
전통적으로 롯데는 유독 시범경기에서 강세를 보여 왔다. 무려 8차례나 시범경기 1위를 기록했고 2위도 2차례 했다. 물론 그때마다 정규시즌에서 부진했던 것은 아니다. 시범경기 1위를 했던 92년에는 그 여세를 몰아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한 적도 있다.
그러나 너무 튀어도 불안하기 마련. 올해 시범경기에서 롯데가 너무 잘 나가다 보니 구단 주변에서는 괜한 걱정이 앞선다. 지난해 LG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롯데 구단은 과거 기록을 근거로 시범경기 승률과 정규시즌 성적의 상관관계를 강하게 부정하고 나섰다.
롯데 구단의 한 관계자는 “우리 팀이 시범경기에서 1위를 차지한 해에 한국시리즈에 나간 것만 3차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범경기 1위팀 징크스’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지난해 LG와 우리 팀을 연관짓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작년 시범경기에서 1위를 차지한 LG가 “시범경기부터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며 전력을 다한 것과 달리 올해 롯데는 큰 무리 없이 시범경기를 소화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승수를 쌓고 있다는 것. 구단 관계자의 발언대로라면 “롯데가 가진 전력 그대로 성적이 나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어쩌면 ‘시범경기 징크스’는 롯데 구단 관계자의 말처럼 실체 없는 미신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것이 사소한 징크스에도 신경이 쓰이기 마련. 요즘 롯데 구단은 정규시즌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해 주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