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호랑이’ 김호철 필살기… 현대캐피탈 2년연속 정상

  • 입력 2007년 3월 29일 03시 00분


2년 연속 프로배구 정상에 오른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코트로 몰려나와 서로 얼싸안으며 환호하고 있다. 김호철 감독을 앞세운 현대캐피탈은 라이벌 삼성화재에 세트스코어 1-2로 뒤지다 짜릿한 역전승으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천안=연합뉴스
2년 연속 프로배구 정상에 오른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코트로 몰려나와 서로 얼싸안으며 환호하고 있다. 김호철 감독을 앞세운 현대캐피탈은 라이벌 삼성화재에 세트스코어 1-2로 뒤지다 짜릿한 역전승으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천안=연합뉴스
천안=연합뉴스
천안=연합뉴스
2005년 5월 8일은 그해 출범한 프로배구의 첫 챔피언이 탄생한 날이다. 주인공은 현대캐피탈을 꺾은 삼성화재였다.

그날 김호철(사진) 현대캐피탈 감독은 통음을 했다. 평소 술을 입에 대지 않는 그이지만 무려 12군데의 술집과 노래방을 돌며 술을 마셨다. 삼성화재에 진 것이 너무 분해서였다.

김 감독은 그만큼 삼성화재를 이기고 싶었다. 김 감독은 스스로 “나는 어디에 빠지면 ‘올인(다걸기)’ 하는 스타일이다”라고 한다. 김 감독이 빠진 것은 배구였고, 넘어야 할 벽은 슈퍼리그를 포함해 9회 연속 우승한 삼성화재였다.

2005∼2006시즌에서 현대캐피탈은 3승 2패로 우승하며 삼성화재의 10연패를 저지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김 감독의 유일한 적은 여전히 삼성화재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김 감독의 눈앞에 다른 구단은 없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날 상대는 삼성화재라고 생각했다.

김 감독은 틈만 나면 삼성화재의 비디오를 보고 또 봤다. 결론은 하나였다. “삼성화재 스타일로 같이 경기를 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 김 감독은 시즌 중반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에 지고, 삼성화재에 초반 3연패를 당하면서도 김 감독은 센터진의 이동 시간차 공격을 집중적으로 연습시켰다.

물론 실전에선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대한항공과의 플레이오프에서조차 철저히 감췄다. 오로지 삼성화재를 쓰러뜨리기 위한 ‘필살기’였기 때문이다.

24, 25일 챔피언결정전 1, 2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은 준비했던 센터진의 이동 공격으로 삼성화재의 중앙을 쉽게 무너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28일 홈인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3차전. 이날은 육박전이었다. 삼성화재의 선수들은 마지막 투혼을 발휘했고 현대캐피탈은 이에 맞섰다. 작전이 아니라 정신력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은 여기에서마저 3-2(25-21, 20-25, 25-27, 25-14, 15-12)로 승리해 3연승으로 2연패를 달성했다.

김 감독은 3년여 전 처음 팀을 맡고서 “선수들이 이렇게 못 따라올 줄 몰랐다. 차라리 이탈리아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2연패를 달성한 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많이 달라졌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이제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경기를 풀어간다”라고 했다. 3년 만에 키만 컸던 선수들을 체력과 스피드, 그리고 기술까지 갖춘 팀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3차전에서 30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끈 외국인 선수 숀 루니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루니는 김 감독에 대해 “정말 열정이 대단한 분이다. 옆에서 고함을 지를 때 보면 마치 경기 속으로 빨려 들어올 것만 같다. 우리가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전문가는 이제 삼성화재의 시대가 가고 현대캐피탈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평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머리를 가진 김호철 감독이 있다.

여자부 경기에서는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을 3-1(19-25, 25-17, 26-24, 26-20)로 꺾고 2승 1패로 앞섰다.

천안=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