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년 리그였던 1997시즌부터 뛰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통산 9시즌 동안 시상식 무대에 오른 적이 없다.
오히려 상에 얽힌 떠올리기조차 싫은 기억만 있다. 우지원은 2003∼2004시즌에 3점슛 성공 1위를 차지했지만 ‘밀어주기’ 파문에 휩싸여 상을 받을 수 없었다.
당시 연세대 2년 선배인 문경은과 타이틀을 다투던 우지원은 정규리그 마지막 날인 2004년 3월 7일 LG와의 경기에서 3점슛을 42개나 시도해 21개를 넣으며 역대 한 경기 최다인 70점을 퍼부었다. 문경은 역시 이날 동부와의 경기에서 3점슛 22개를 앞세워 66점을 넣었다. 동료들의 지원과 허술한 수비에 힘입어 억지 기록을 만든 이들은 상을 노린 과열 경쟁을 벌였다는 비난을 들었다. 이를 계기로 기록에 의한 시상 제도는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그해 시상식에서 어색한 인사를 나누던 우지원과 문경은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우지원이 27일 열린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통산 10시즌 만에 처음으로 값진 상을 받으며 무관의 한을 털어버렸다. 그것도 뛰어난 활약을 펼친 후보 선수에게 주어지는 ‘식스맨상’이어서 남다르게 보였다.
“20년 넘게 운동을 하면서 늘 주전이었어요. 뒤늦게 농구에 새롭게 눈을 떴고 그걸 인정받은 것 같아 무척 기뻐요.”
우지원은 ‘코트의 황태자’라는 별명과 함께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유재학 감독의 주문대로 수비와 리바운드 같은 궂은일에 전념하는 식스맨으로 변신했다. 출전 시간이 줄어들면서 마음고생이 심해 은퇴를 생각한 적도 있었으나 한결 성숙해진 면모로 올 시즌 팀의 정규리그 2연패를 도왔다. 9시즌 연속 경기당 평균 10점 이상을 넣다 이번 시즌에는 처음으로 한 자릿수(8.4점)에 머물렀지만 승부의 고비에서 나온 결정적인 득점이 많았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첫 트로피를 안은 우지원의 환한 미소를 보며 모처럼 상이 주는 진정한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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