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가 무슨 공을 던질지, 타자가 칠지 말지, 주자가 뛸지 말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결정을 내린다.
그래서 어느 종목보다 감독의 비중이 큰 종목이 야구다.
6일 개막하는 2007 프로야구를 맞는 8개 구단 사령탑의 ‘색깔’은 어떨까.》
2007 프로야구 개막 D-3… 각팀 사령탑의 색깔은
●“지켜라”/ 선동렬-김재박
선동렬 삼성 감독과 김재박 LG 감독.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지난 시즌 둘이 이끈 팀은 아주 야구를 잘했다. 그러나 둘은 적지 않은 비난에 시달렸다.
선 감독은 ‘지키는 야구’로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뤄 냈다. 김 감독은 ‘번트 야구’로 약체로 분류되던 현대를 포스트시즌까지 진출시켰다. 팬들의 비난은 단 하나, 재미없는 야구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난을 의식한 탓인지 둘은 올해 ‘재미있는 야구’를 선언했다. 권오준-오승환으로 이어지는 ‘KO 펀치’로 상대 팀의 추격 의지를 꺾었던 삼성은 올해는 부상에서 회복한 심정수 등의 방망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김 감독은 현대에서 LG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후 “이기는 야구가 재미있는 야구다. 자주 이겨 팬들을 운동장으로 불러 모으겠다”고 말했다.
야구 색깔은 타고난 성격과 비슷하다. 어쨌든 선 감독은 지킬 것이고, 김 감독은 번트를 대서라도 이기려고 할 것이다.
●“알아서”/ 김인식-김경문-김시진
앞선 두 감독의 반대편에는 김인식 한화 감독과 김경문 두산 감독이 있다.
번트에 대한 김인식 감독의 지론은 확고하다. “상대가 번트 대 주면 좋지. 3, 4점 줄 걸 1점으로 막을 수 있잖아.”
김인식 감독은 결정적인 순간이 아니라면 그냥 선수들에게 모든 걸 맡긴다. 믿음의 야구가 그의 ‘컬러’다. 사실 한화는 번트를 댈 필요도 크게 없다. 김태균, 이범호, 이도형이 버티는 토종 거포 군단은 다른 팀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놔두면 3, 4점을 낼 것을 번트를 대서 1점만 낼 이유가 없다.
김경문 감독 역시 ‘공격 야구’를 선호한다. 올해는 김동주가 건재하고, 최준석이 성장했다. 유재웅은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는 예전부터 “지키는 야구를 깨고 싶다”고 했다.
초보 사령탑인 김시진 현대 감독은 “감독의 색깔은 선수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선수들이 잘해 주면 자율을 주고, 여의치 않을 경우엔 관리에 들어갈 생각이다.
●“집중해”/ 김성근-서정환-강병철
SK의 사령탑으로 한국 야구에 복귀한 김성근 감독은 ‘데이터 야구’의 대가다. 여기에 ‘스포테인먼트’에 어울리는 ‘근성 야구’를 선수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느슨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 그는 곧바로 2군행이다. 시범 경기든 연습경기든 SK 선수들은 정규 시즌 못잖은 집중력을 가지고 뛰었다.
지난해 ‘색깔’이 엷었던 서정환 KIA 감독과 강병철 롯데 감독은 올 시즌 변화를 꿈꾼다. 서 감독은 ‘시스템 야구’를 들고 나왔다. 기동력과 진루타를 바탕으로 누상의 주자를 한 베이스씩 더 보내는 것이 핵심이다. 타선이 약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조직력을 극대화해 점수를 뽑겠다는 뜻이다.
‘만만디’ 강병철 감독 역시 ‘빠른 야구’를 시도한다. 정수근 김주찬 이승화 등 발 빠른 주자로 상대의 혼을 빼겠다는 것. 이대호와 호세를 제외하고는 장거리포가 없기 때문에 나온 선택이다. 선발 투수 최향남과 마무리 투수 카브레라의 가세로 투수층도 한층 두꺼워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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