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김병현이 존경하는 선수가 있으니 그는 KIA의 이대진(33)이다.
둘이 친분을 맺은 것은 이대진이 어깨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던 2001년 초였다. 식사 자리에서 둘은 서로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관심에 반하고 말았다. 김병현은 작년 말 팬 카페에 남긴 글에서 “인간적이고 성실한 면에서 가끔 나에게 질투심을 유발하게 만드는 형이다”라고 밝힌 적이 있다.
성실성의 측면에서 보면 이대진은 기자의 눈에도 단연 최고 선수다.
재활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재활을 겪은 선수는 누구든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대진은 그 지겨운 재활을 7, 8년이나 했다. 성공하려다 실패하고, 또 괜찮아지다가 나빠지기를 숱하게 반복했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을까. 이대진은 “사실 재활 운동 자체가 힘들지는 않았다. 정말 힘들었던 것은 공을 던질 수 없다는 사실, 마운드에 설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고 말한다.
1999년 처음 어깨에 통증을 느낀 뒤 이대진은 수술만 3번을 했다. 미국과 일본을 돌아다니며 재활 치료라는 치료는 다 해봤고, 2002년에는 타자로 전향하기도 했다. “단 한 번이라도 아프지 않고 공을 던지고 싶다”는 일념뿐이었다.
올 시범경기에서 그는 2경기에 등판해 8과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선발 한 자리를 보장받았다. 무려 8년 만의 선발투수 복귀다.
그는 “이제 시속 140km대 후반의 강속구는 없지만 마운드에 서는 것 자체가 즐겁다. 작년 말 결혼도 했고, 올여름엔 아이도 태어난다. 올핸 정말 좋은 일만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10명의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았던 시절 그는 ‘에이스 오브 에이스’라고 불렸다. 이제 그는 더는 에이스가 아닐는지 모른다. 그러나 “포기는 지는 거다. 절대 지고 싶지 않았다”던 그가 마운드에 우뚝 선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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