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오는 프로야구… “이틀 뒤… 꽃도 활짝 핍니다”

  • 입력 2007년 4월 4일 03시 00분


사진 제공 두산 베어스
사진 제공 두산 베어스
‘야구장을 뜨겁게 달구는 미녀들.’ 6일 막이 오르는 2007 프로야구 시즌을 대비해 연습에 한창인 두산 치어리더들. 오른쪽부터 이은미 한윤미 박상희 이유리 박영분 씨. 전영한  기자
‘야구장을 뜨겁게 달구는 미녀들.’ 6일 막이 오르는 2007 프로야구 시즌을 대비해 연습에 한창인 두산 치어리더들. 오른쪽부터 이은미 한윤미 박상희 이유리 박영분 씨. 전영한 기자
《‘음악이 흐르면 몸이 먼저 움직인다. 아무리 힘들어도 미소를 짓는다.’ 6일 개막하는 2007 프로야구를 그 누구보다 기다리는 여성군단이 있다. 그라운드와 코트에서 관중의 흥을 돋우는 여성 응원단인 치어리더다. 이들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야구장, 겨울에는 농구장과 배구장에서 화려한 율동을 선보인다. ‘경기장의 꽃’으로 불리는 치어리더들의 희로애락을 들어봤다.》

○ 다리 찢다 피멍은 기본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지하 연습실. 팔등신 미녀들이 하나 둘 모여들더니 몸을 풀기 시작한다. 조용필의 경쾌한 댄스곡 ‘여행을 떠나요’가 나오자 이들은 팔을 흔들며 다리를 들어올렸다. 5명의 동작은 하나가 된 듯 일사불란했다. 두산의 응원을 맡고 있는 CNC 치어리더 팀이다.

박정희 팀장은 연습 중간 중간에 “미소! 웃어야지!”를 달고 다녔다. 치어리더가 밝은 모습을 보여 줘야 관중도 경기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기 때문.

멋진 발차기 동작을 위해 다리 찢기는 필수. 박 팀장은 “허벅지에 피멍이 생기기 일쑤지만 유연한 몸을 만들기 위한 통과의례”라고 말했다.

○ 벨리댄서-대학생에서 치어리더로

치어리더는 무용이나 체육 전공자는 물론 회사원, 대학생까지 경력도 다양하다.

이유리(25) 씨는 벨리댄서 출신. 관중과 가까이서 호흡하는 게 좋아 치어리더를 지원했다. 그는 “벨리댄스가 화려한 안무가 돋보인다면 치어리더는 팀원과 호흡을 맞춰 춤을 추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박상희(23) 씨는 대학에서 관광학을 전공하다 어머니의 권유로 치어리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가 천직이 됐다. 이은미(24) 씨는 일반 회사에 근무하다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어 치어리더에 입문했다.

“처음에는 전혀 춤을 못 췄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욕심이 나는 게 춤이더군요.”

○ 괴짜 관중은 괴로워

“열심히 응원을 하고 있는데 아래쪽이 좀 이상하더라고요. 한 관객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더군요. 그냥 뒤로 물러서서 계속 췄죠. 웃으면서.”

치어리더들은 응원을 하다가 한두 번은 이런 경험을 한다. 한윤미(25) 씨는 “가끔 우리를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관중과 마주칠 때면 ‘내가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하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이들은 프로다. 기분이 나빠도 얼굴을 붉히지는 않는다. 팬 서비스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자리를 잡는 열혈 팬도 적지 않다. 치어리더가 다른 야구단 담당이 되면 그들을 보기 위해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있다고.

박영분(23) 씨는 “간식을 건네거나 사인을 해 달라는 팬을 만날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 우리는 경기장의 또 다른 주인공

국내에서 치어리더는 대부분이 이벤트사에 소속돼 있다. 10여개 팀에 200여 명의 치어리더가 활동하고 있다.

치어리더의 연봉은 5년차 기준으로 2500만∼3000만 원 수준. 기본급은 있지만 본인이 각종 행사에 얼마나 열심히 뛰느냐에 따라 월급은 천차만별이다.

일과는 연습실에서 시작해 경기장에서 끝난다. 하루 5, 6시간 연습은 기본이고 사생활은 잊은 지 오래다. 가족의 생일을 챙기거나 남자 친구를 사귈 시간도 거의 없다.

그러나 이들은 “마냥 행복하다”고 했다. ‘우리는 야구장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는 사명감으로 춤추기에….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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