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25년 사상 최다 관중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의 설욕이라 기쁨이 더 컸다. ‘차붐’이 ‘귀네슈 돌풍’을 잠재우고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수원 삼성이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FC 서울과의 원정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셰놀 귀네슈 감독 부임 후 7경기 무패 행진(정규리그, 컵대회 포함 6승 1무)을 벌이던 서울과 초호화군단 삼성의 라이벌 대결을 보기 위해 이날 5만5397명의 관중이 모였다. 종전 최다 관중은 2005년 7월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포항 스틸러스전의 4만8375명.
수원으로서는 천금 같은 승리였다.
이날 승리로 수원은 팀 최다 연패 타이였던 3연패의 수렁에서 탈출했을 뿐 아니라 지난달 21일 서울에 당했던 1-4의 패배를 설욕했다. 반면 서울은 올 시즌 8경기 만에 첫 패배를 맛봤다.
서울이 그동안 이청용(19), 기성용(18) 등 ‘젊은 피’를 앞세워 상승세를 보였다면 이날 수원 승리의 전면에는 새 얼굴 하태균(20)이 있었다.
차 감독은 공격진에 브라질 출신 에두와 함께 하태균을 투입했다. 안정환 나드손 등 기존 공격수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고육지책으로 젊은 선수를 시험해 보기 위한 카드였다.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경기의 비중을 고려하면 모험이었다. 그러나 결국 이 카드가 통했다.
하태균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고 말했으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두 경기 연속 골을 넣은 그는 “팀 내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에두와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화 멤버 속에서의 주전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셈이다.
187cm의 장신인 그는 “골 결정력은 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고 키에 비해 헤딩 능력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차 감독은 “신인이지만 감각적인 면이 돋보여 1군에서 함께 훈련시켰다. 앞으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은 후반 들어 파상적인 공격을 펼쳤으나 삼성의 육탄수비에 걸려 몇 차례의 결정적 기회를 무산시켰다.
이날 모두 8개(서울 5개, 수원 3개)의 경고가 나오는 육탄전이 벌어졌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포백-역습작전 들어맞아
▽차범근 수원 감독=지난달 21일 서울전에서 1-4로 대패한 이후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많은 부담을 갖게 됐다. 이어지는 경기에서 실수를 한 게 3연패를 당하는 이유가 됐다. 오늘은 이 같은 연결고리를 끊어야만 하는 아주 중요한 경기였다. 송종국 김남일 등 많은 선수가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투지를 발휘해 주어 고맙다. 스리백을 준비했다 여의치 않아 포백을 구사했고 상대를 끌어들인 뒤 역습을 노렸다.
압박 좋았으나 운이 안따라
▽셰놀 귀네슈 서울 감독=최선을 다한 경기였다. 우리 선수들의 압박이 훌륭했고 공격 기회를 많이 만들었다. 그러나 골이 터지지 않은 것은 운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원은 공격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수원은 정말 운이 좋아서 이겼을 뿐이다. 그러나 이런 것이 바로 축구의 운이다. 오늘 경기장을 찾아주신 5만 여 팬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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