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4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8분 43초란 현역 랭킹 3위 기록을 세우며 관심을 모았던 ‘한국 마라톤의 기대주’ 지영준(26·코오롱)도 질주 자세의 미세한 차이 때문에 그동안 고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하준 코오롱 감독이 스포츠재활전문병원 마르페 스포메디(원장 이준)에 의뢰해 지영준의 질주 자세를 정밀 측정한 결과 왼쪽과 오른쪽 다리 근육의 힘이 불균형하고 등배근과 복근의 힘에도 큰 차이를 보였다.
왼쪽 다리를 펼 때 대퇴근육의 힘은 86.67kg이고 펼 때는 35.96kg. 펼 때와 굽힐 때 힘의 비율이 100 대 60은 돼야 하는데 100 대 42로 불균형을 보였다. 오른쪽 다리는 펼 때 78.22kg, 굽힐 때 46.34kg으로 비율이 100 대 59로 정상이지만 펼 때 왼쪽과 오른쪽 비율도 100 대 91로 불균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오른쪽 다리가 왼쪽보다 더 높이 올라가 자세에 불균형이 나타난 것. 이렇게 되면 짧은 거리를 뛸 때는 크게 못 느끼지만 마라톤을 할 때는 큰 차이를 보여 후반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부상도 자주 하게 된다.
지영준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2시간 16분 44초, 지난해 도하아시아경기에서 2시간 19분 35초 등으로 계속 부진했다.
허리에도 문제가 있었다. 허리를 굽힐 때(65.7kg)와 펼 때(30.9kg) ‘등배 근육’의 힘에 불균형(100 대 47)을 보였다. 복근이 더 강해 달릴 때 허리가 앞으로 쏠려 힘이 더 들게 된다.
마라톤에서는 전진자세보다는 직립자세로 뛰어야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지영준은 지난달 말부터 ‘2008 베이징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획득을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문제점을 보완할 경우 개인 최고기록(2시간 8분 43초)보다 1분에서 2분가량 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시간 6, 7분대를 뛴다면 우승을 넘볼 수 있다.
지영준은 이봉주(37·삼성전자)를 제외하고 2시간 8분대를 뛸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선수. 지영준의 부활 가능성은 수영에서 ‘박태환의 등장’만큼 희소식이다.
지영준은 자세의 균형을 찾는 훈련과 병행해 다음 달부터 5000m와 1만 m 트랙 경기에 주로 출전한 뒤 8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마라톤에 출전할 예정이다. 내년 3월 2008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이봉주의 한국최고기록(2시간 7분 20초)을 깬 뒤 베이징으로 향한다는 계획.
정 감독은 “지난해 아시아경기에서 부진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올 서울국제마라톤도 포기해 (지)영준이가 자신감을 상실했지만 문제점과 해답을 찾은 뒤엔 다시 활기차게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영준도 “해답을 찾았으니 다시 열심히 달려야죠”라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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