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화제! 이사람]女프로농구 통합우승 이끈 이영주 감독

  • 입력 2007년 4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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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하고, 고함치고, 자기 스타일을 고수해야 하는 감독은 참 힘든 자리다. 겨울리그 우승의 기쁨도 잠시. 신한은행 이영주 감독은 벌써 여름리그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제공 WKBL
고뇌하고, 고함치고, 자기 스타일을 고수해야 하는 감독은 참 힘든 자리다. 겨울리그 우승의 기쁨도 잠시. 신한은행 이영주 감독은 벌써 여름리그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제공 WKBL
이영주(41) 감독은 붕대로 싸맨 자신의 왼손 약지를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는 5일 여자 프로농구 겨울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 헹가래를 받다 선수들이 짓궂게 손을 놓는 바람에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손가락 인대가 늘어났다.

“그동안 너무 고생시켰다고 선수들이 장난을 쳤나 봐요. 앞으로는 더 힘들게 해야겠어요. 허허….”

영광의 상처라도 되는 듯 자랑스럽게 여긴 이 감독은 우승에 대한 부담감으로 불면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체중이 7kg이나 빠지기도 했다.

“시즌 전부터 다들 우승한다고 하니 얼마나 속을 태웠겠어요.”

○ 철저히 실력 위주 기용… 실수 땐 즉시 교체

신한은행은 올 시즌 ‘레알 신한’으로 불렸다. 전주원과 태즈 맥윌리엄스에 새로 영입한 간판스타 정선민과 일본에서 활약한 최장신(202cm) 하은주가 가세한 때문.

개성이 강한 스타가 많아 오히려 조직력이 흐트러질까 걱정한 이 감독은 어떤 배려도 없이 실력 위주 기용으로 팀을 이끌었다.

“아마 내게 서운하고 속상한 때가 많았을 겁니다. 절대로 이름 갖고 농구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누누이 강조했어요.”

주전이라도 팀워크를 해치거나 어이없는 실수를 하면 가차 없이 벤치로 불러들여 무섭게 혼냈다.

하은주는 신세계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출전 시간이 적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런 그에게 이 감독은 눈물이 쏙 빠질 만큼 꾸짖었다. “다른 언니들도 군말 없이 지내는데 배가 불러 그러냐.”

묵묵히 기회를 엿본 하은주는 삼성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 골밑을 굳게 지키며 승리를 거들었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 진출했던 정선민 역시 예외는 없었다. 개성이 강하기로 유명하던 그였지만 이 감독 밑에서는 동료들과 조화를 이루는 데 주력했다.

시즌 때 발가락에 금이 갔던 그는 주사를 맞으며 코트에 서는 투혼을 보였다. 이 감독은 겉으로는 정선민에게 쌀쌀맞을 정도로 차갑게 대했지만 위성우 코치와 트레이너를 통해 정선민의 컨디션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적은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안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내가 아니라 우리이며 팀을 위해 뭉치고 희생하라고 했죠.”

○ 열심히 뛰면 출전 보장… 식스맨 적극 키워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에게는 출전 시간을 보장하면서 신예 최윤아 진미정 선수진 이연화 등 식스맨을 키웠다.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든 이런 리더십이 바로 신한은행을 통합 챔피언으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이 감독은 우승의 기쁨을 즐길 여유도 없이 벌써부터 여름리그 구상에 바쁘다. 경기 안산시 숙소에 머물며 훈련 계획, 전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헹가래 받고 떨어질 때 다음 시즌 걱정이 되더라”는 그의 말이 괜한 얘기는 아닌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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