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는 4월 15일 해태와의 경기에서 에이스급 투수였던 조계현을 상대로 2루타와 3루타를 연달아 쳐내며 이름값을 했다. 그러나 경기 후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 때문에 적지 않은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신인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좀 더 열심히 던져 주셨으면 좋겠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말이 나온 후였다. 이병규는 최근 “정말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조계현 선배께 너무 죄송했다. 낯선 인터뷰에 너무 긴장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정확히 10년이 지난 올해. SK 신인 투수 김광현(19)이 본의 아니게 설화(舌禍)에 시달리고 있다.
시즌 직전 열렸던 미디어 데이가 발단이었다. 1년 선배인 한화 류현진(20)과 함께한 자리에서 ‘상대에 대해 한마디 해 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현진이 형은 단순해서 우리 타자들이 조금만 생각을 가지고 상대하면 얼마든지 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간 장내에는 폭소가 터졌다. 현장의 분위기에선 그저 단순한 농담이었다. 이전까지 그는 “현진이 형은 부담스럽죠. 너무 잘하시잖아요”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각종 언론 매체에 그 부분이 특화되어 실리면서 김광현은 졸지에 예의 없고 건방진 선수가 돼 버렸다.
‘5억 신인’이니 ‘슈퍼 루키’니 하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지만 김광현은 아직 19세 어린 선수다. 주변의 말에 쉽게 상처를 받을 나이다. 그는 “요즘 인터넷을 하지 않는다. 욕들을 너무 많이 하시니까…”라고 했다.
부담감 탓에 제 실력을 펼쳐 보이지도 못했다. 두 번 선발 등판해 한 번도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평균자책은 9.45에 이른다.
그러나 거의 모든 스카우트들이 김광현을 실력과 인성을 두루 갖춘 보기 드문 선수라고 평가한다. 3학년 때도 혼자 숙소 청소를 하는 등 궂은일에 솔선수범하는 선수라는 것이다.
지금의 시련은 스타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라고 할 수 있다. 김광현이 하루빨리 성장통에서 벗어나 류현진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길 기대한다.
이헌재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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