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감독 두 아들 재능도 쏙 빼닮았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프로농구 KCC 허재(42) 감독은 올 시즌 정규리그 꼴찌의 수모를 겪었다.

시즌 내내 성적 부진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탈모와 위장병으로 고생했다. 그런 허 감독이 요즘 자신의 뒤를 이어 농구를 하고 있는 두 아들을 바라보며 새 의욕을 찾고 있다.

○ 각각 용산중-삼광초등 농구부 우승 이끌어

허 감독의 장남 웅(14)은 서울 용산중에서, 막내 훈(12)은 삼광초등학교에서 나란히 아빠의 현역 시절 등번호 9번을 달고 활약하고 있다. 최근 끝난 서울시 소년체육대회에서는 둘 다 소속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허 감독이 미국에서 연수할 때인 3년 전 취미로 농구를 시작한 웅은 슈팅과 스피드가 뛰어나다. 현역 시절 농구 대통령으로 불린 아버지의 영향으로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훈은 연가초등학교와의 결승에서 17득점에 가로채기를 5개나 하며 뛰어난 공격력과 수비 능력을 겸비했다는 찬사를 들었다. 타고난 감각과 강한 승부 근성까지 지녀 ‘아빠를 똑 닮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초등학교 졸업반 랭킹 1위로 꼽히는 훈은 내년엔 용산중에 진학해 형과 한솥밥을 먹을 계획.

○ 허 감독 “어린 시절 저보다 낫다네요”

용병 자료 수집을 위해 지난주 미국 출장을 다녀온 허 감독은 아들의 이름을 써 넣은 농구화를 사와 선물하는 자상한 모습을 보였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체육관은 직접 못 찾아도 아이들의 경기 장면이 녹화된 동영상을 보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 허 감독은 “나를 30년 동안 뒷바라지해 주신 아버지가 ‘너 어렸을 때보다 손자들이 더 낫다’고 하셨다”며 웃었다.

웅과 훈 형제는 “아빠처럼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역시 피는 속일 수 없는 듯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