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는 “말재주가 없어 취재진에 인기가 없다”고 말한 적도 있다. 특히 당시 유 감독이 4강전에서 맞붙었던 KCC 허재 감독과 챔피언결정전 상대였던 삼성 안준호 감독이 모두 ‘달변’이었기에 대조를 이뤘다.
그랬던 유 감독이 1년 만인 올해 플레이오프에서는 말주변이 늘었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오리온스와의 4강전에선 선수들에게 “포스트시즌은 축제다. 부담 갖지 말고 즐겨라”라며 신바람을 유도해 1, 2차전을 이겼다.
오리온스에 2연승을 거둔 뒤에는 “1차전을 새로 치르는 마음으로 코트에 나서자”며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정신력을 다져 3연승으로 승부를 끝냈다.
KTF와의 챔피언결정전 전날 밤에는 ‘촛불 의식’을 열어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우리 모두 영웅이 되는 경기를 하자”고 말했다. 지나친 승부근성으로 플레이를 망칠 때가 있었던 윌리엄스를 겨냥한 발언이었지만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효과가 있었다. 윌리엄스 역시 팀워크에 주력하며 19일 1차전 승리를 주도했다. 유 감독은 지난해 챔프전에서 삼성에 4전 전패로 탈락했던 수모에 대해 “내 사전에 과거는 지웠다. 올해 챔프전이 처음일 뿐”이라며 다부진 각오를 보였다.
유 감독의 이런 변신은 노력의 결과. 평소 입이 무거운 편이지만 말 한마디가 선수단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으며 여론 주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짬짬이 적절한 표현과 말할 내용을 준비하고 있다.
생애 첫 프로농구 정상 등극을 노리는 데 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게 유 감독의 생각. 달라진 유 감독은 과연 그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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