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남은 야구 인생의 목표는 무엇일까. 2년 전 그는 “45세까지 선수로 뛰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간혹 대타로 나가도 좋다. 그라운드만 밟을 수 있다면 물주전자 나르는 후보 선수도 감수하겠다”고도 했다.
그땐 그냥 하는 소리인 줄 알았다. 대다수의 스타급 선수는 밑바닥 선수생활을 연장하기보다는 차라리 은퇴를 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준혁은 마음가짐 자체가 다른 선수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최근 만났을 때 그는 “30대 중반을 넘으면 과거의 나를 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에게도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다. 1993년부터 2001년까지 9년 연속 3할을 쳤다. 그러나 30대 중반에 접어든 2002년 그는 타율 0.276을 기록했다.
양준혁은 이전과는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직시했다. 시즌이 끝난 뒤 그는 ‘잘나가던 양준혁’을 버리기로 했다. 어떤 점을 변화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 산물이 요즘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만세타법’이다.
2003∼2004년 다시 3할 타율에 복귀했지만 2005년엔 역대 최저인 0.261의 타율에 그쳤다. 경기에 못 나가고 벤치를 지킬 때도 있었다. 그때 양준혁은 벤치에서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후배들을 응원했다. 그는 “인내하고 준비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고 생각했다. 팀에 기여할 방법만을 생각했다”고 했다. 이듬해 그는 다시 3할 타율(0.303)에 복귀했다. 올 시즌 23일 현재 그의 타율은 고작 0.193. 그러나 8개 구단 선수 중 가장 많은 홈런(4개)을 쳤고, 팀 내 최다 타점(9개)과 최다 볼넷(13개)을 기록 중이다. 그는 요즘도 매일 경기에 나서기 전 “어떻게 변해야 나도 살고 팀도 살까”를 고민한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선 50세에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 선수로 뛰고 있는 훌리오 프랑코(뉴욕 메츠)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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