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는 27일(한국시간) 홈구장 제이콥스 필드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 1회초 홈으로 쇄도하던 3루주자 케니 롭턴을 정확한 홈송구로 아웃시켰다.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클리블랜드는 선발투수 폴 버드가 경기 시작과 함께 연속 3타자에게 출루를 허용해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다음타자는 4번타자 마크 테셰이라. 테셰이라는 볼카운트 2볼에서 버드의 3루째를 공략, 좌익수 쪽으로 날아가는 빠른 타구를 날렸다. 잘 맞았지만 좌익수 정면으로 향하는 타구. 재빨리 스타트를 끊은 추신수는 까다로운 타구를 앞으로 뛰어들며 침착하게 잡아냈다.
믿기 힘든 장면이 펼쳐진 것은 다음 순간. 추신수가 볼을 잡자 3루 주자였던 케니 롭턴은 홈으로 쇄도했다. 깊지 않은 타구였지만 발 빠른 1번타자라면 홈을 밟을 수 있는 외야플라이였다.
게다가 롭턴은 5번이나 도루왕을 차지한 최고의 주루능력을 갖춘 선수. 40의 나이지만 2007시즌에도 어메리칸리그 도루 1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뛰어난 스피드와 주루센스를 자랑한다. 그뿐인가. 지금은 텍사스의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롭턴은 클리블랜드에서 9시즌을 뛰며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냈다. 90년대 최고의 1번타자이자 골드글러브 중견수였던 롭턴보다 제이콥스 외야에 뜬 플라이의 특징을 잘 판단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하지만 롭턴은 빅 리그 경력이 짧은 추신수의 어깨를 간과하고 있었다. 추신수가 90마일 중반대의 빠른 직구를 던졌던 투수출신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
홈으로 전력질주 하던 롭턴은 포수 켈리 쇼팍에게 태그아웃을 당했다. 롭턴이 홈베이스를 터치하기 전에 외야에 있던 공이 포수에게 건네진 것이다.
글러브에서 볼을 빼낼 때부터 송구까지의 시간은 빠르지 않았지만, 추신수의 송구는 외야에서 홈까지 노바운드로 이뤄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송구의 높이와 정확성. 추신수의 송구는 타자가 때려낸 타구처럼 직선에 가깝게 뻗어 왔다.
포물선을 그리는 송구라면 많은 외야수들이 그 거리에서 홈까지 노바운드로 던질 수 있지만, 추신수처럼 낮고 강하게 송구를 할 수 있는 외야수는 많지 않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치로 스즈키,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의 델몬 영, LA 에인절스의 블라디미르 게레로, 애틀란타 브래이브스의 제프 프랭코어 등 몇몇 선수에게서만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송구는 포수 쇼팍이 주자를 태그하기 좋은 위치에 정확하게 날아왔다. 마치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지듯 가장 이상적인 곳으로 향한 어시스트였다.
추신수는 이날 경기에서의 어시스트를 통해 많은 야구팬들에게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알릴 수 있게 됐다. 타격 능력이 좋은 선수는 많지만 강한 어깨로 팬들에게 짜릿함을 안겨줄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기 때문.
일본의 야구천재 이치로가 많은 메이저리그팬들을 흥분시킨 이유도 타격능력만큼 뛰어난 송구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치로는 과거 우전안타 때 1루에서 2루를 거쳐 3루로 뛰던 터렌스 롱을 환상적인 송구로 잡아낸 바 있다. 모든 사람이 세이프라고 생각했던 상황에서 강력한 송구로 아웃을 만들어낸 것. 이 송구는 ‘레이저빔’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여졌고, 이치로의 하이라이트 필름에 빠지지 않고 나오고 있다.
추신수의 이번 송구도 이치로의 레이저빔에 뒤질 것이 없는 완벽에 가까운 어시스트였다. 추신수의 홈송구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도 소개됐으며, 클리블랜드 구단 홈페이지에는 추신수의 어시스트를 칭찬하는 기사가 게재됐다.
에릭 웨지 감독은 “짧은 기간이지만 추신수가 뛰어난 경기를 펼치고 있다”면서 “중요한 상황에서 안타를 때려내고 있고, 멋진 수비까지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날 선발 등판한 버드도 “추신수의 수비는 이날 경기의 키 플레이었으며, 그 수비는 나에게 많은 자신감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강한 어깨를 자랑한 추신수는 타석에서도 날카로운 타격솜씨를 뽐냈다. 7번타자로 출전한 추신수는 4타수 2안타 2득점을 기록해, 2경기 연속 멀티히트와 멀티득점에 성공했다. 추신수의 타율은 0.385까지 상승했다.
클리블랜드는 추신수가 빅 리그에 복귀한 후 펼쳐진 4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복귀전 경기를 포함한다면 5연승. 5연승에 성공한 클리블랜드는 12승 9패를 기록, 어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선두를 질주했다.
클리블랜드는 트롯 닉슨과 페랄타의 홈런포 등 9안타를 적시에 때려내 텍사스를 9-4로 제압했다. 6이닝을 8안타 3실점으로 막아낸 선발 버드는 시즌 2승째를 달성했다.
텍사스는 클리블랜드보다 1개가 많은 10안타를 기록했지만 적시타 부재로 3연패의 늪에 빠졌다.
비록 팀의 패배로 빛을 잃었지만 돌아온 홈런왕 새미 소사는 2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시즌 5, 6호 홈런. 소사는 통산 홈런수를 594개로 늘려 600홈런에 6개만을 남겨 놓게 됐다.
제이콥스 필드에서 홈런을 때려낸 소사는 메이저리그 44개 구장 홈런이라는 진기록도 수립했다. 이날 홈런은 소사의 제이콥스 필드 첫 홈런. 44개 구장 홈런은 켄 그리피 주니어와 프레드 맥그리프의 43개 구장 홈런에 1개 앞선 기록이다.
또 소사는 통산 69번째 멀티홈런 경기를 펼쳤다 이 부문 1위는 베이브 루쓰의 72경기. 행크 애런의 홈런기록 추월을 눈앞에 두고 있는 배리 본즈가 70경기로 2위에 올라 있다.
임동훈 스포츠동아 기자 arod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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