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공격에 나선 모비스 양동근의 패스를 받은 크리스 윌리엄스가 KTF 애런 맥기의 밀착 수비에 막히면서 볼이 흘러 사이드라인 밖으로 나갔다. 황순팔 주심은 윌리엄스의 ‘터치아웃’으로 인정해 KTF의 공격권을 선언했다. 이 판정에 모비스 코칭스태프가 거세게 항의해 올 시즌 플레이오프 들어 처음 채택된 비디오 판독이 시행됐다.
다른 심판들과 TV 화면을 검토한 황 심판의 오른쪽 팔이 KTF 벤치를 향해 길게 뻗었다. KTF의 공격권을 확정한 것이다.
1만 명에 가까운 홈팬은 환호성을 질렀고 KTF는 신기성이 종료 3.6초 전 양동근의 파울로 얻은 자유투로 1점을 보태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모비스 양동근은 필사적으로 코트를 달려 슈팅을 날려 봤지만 림만 때리는 데 그쳤다.
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비디오 판독까지 나오는 치열한 접전 끝에 KTF가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KTF는 27일 부산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판 4선승제) 5차전에서 연장전 끝에 87-85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이날 질 경우 홈에서 모비스의 우승 잔치를 지켜봐야 했던 KTF는 2승 3패로 일단 한숨 둘렸다.
6차전은 29일 모비스의 홈인 울산으로 자리를 옮겨 치러진다.
4차전 막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대걸레를 걷어찬 뒤 스스로 경기를 포기했다는 비난을 들었던 신기성은 24득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속죄의 활약을 했다. 당시 패배를 자책하며 날밤을 지새운 신기성은 “마지막이란 생각에 내 한계를 뛰어넘고 싶었다. 챔프전이 재미없다는 질책에 속이 상했는데 팬들께 뭔가 보답한 것 같다”고 말했다.
KTF는 맥기가 1쿼터에 3반칙으로 발목이 잡혔지만 필립 리치가 모비스 골밑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전반 22득점을 포함해 양 팀 최다인 35득점에 1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윌리엄스가 43점을 퍼부은 모비스는 우지원(무득점), 김동우(7득점) 등 국내 슈터들의 부진이 아쉬웠다.
부산=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양팀 감독의 말
▽KTF 추일승 감독=애런 맥기가 초반부터 흔들리는 등 불안한 경기였다. 하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이겨보겠다는 의지로 밀어붙인 게 승리의 원동력이다. 4차전 때 신기성의 행동은 감독으로서 팬들께 정말 죄송하다. 앞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나부터 노력하겠다. 오늘 경기는 우리 팀에 왜 신기성이 필요한지를 확실하게 보여 줬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울산 홈팬 앞에서 우승하라고 이렇게 된 것 아닌가 싶다. 김동우와 우지원의 3점 슛이 안 터진 것도 패인 중 하나다. 심판 판정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겠지만 연장전에서 KTF 필립 리치가 골이 들어가기 전 림을 건드렸는데 골로 인정한 것은 아쉽다. 3차전을 내준 뒤 7차전까지 갈 것 같다고 했는데 그냥 해 본 말이다. 6차전에서 끝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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