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리그냐 컵이냐’ 머리 싸맨 프로축구

  • 입력 2007년 5월 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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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축구는 유럽리그를 본떠 K리그는 주말에, 컵 대회는 주중에 치르고 있다. 그런데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라이벌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대결은 한 달에 한 번꼴로 벌써 세 차례나 치러 이제 8월 한 경기만을 남겨뒀다. 이 짧은 기간에 두세 차례의 맞대결을 한 팀들이 더 있다.

또 서울은 4월에 8경기, 수원은 9경기를 치르는 바람에 선수들이 줄줄이 다쳤다. 운동생리학자에 따르면 사흘 간격의 경기 일정은 회복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경기를 준비할 시간이 없어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크다고 한다. 당연히 경기의 질도 떨어진다.

잉글랜드의 경우 프리미어리그와 컵 대회를 함께 치르지만 칼링컵은 4부 리그 팀까지 함께 토너먼트로 치러져 탈락하면 리그에만 집중할 수 있다. 강팀의 경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나 UEFA컵, FA(축구협회) 컵을 리그 중간에 치른다. 잉글랜드는 선수 층이 두터워 1군과 1.5군의 실력 차가 크지 않아 한 달에 8경기를 치르는 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국내 실정은 다르다. 주전과 벤치 멤버의 수준차가 크다. 그렇다 보니 일부 팀에서 ‘컵 또는 리그를 포기하고 하나에만 집중하겠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이다.

또 K리그와 컵 대회가 모두 홈 앤드 어웨이 리그 방식으로 치러져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어느 구단이 K리그에서 잘나가다가 컵 대회에서는 형편없다는 소식에 팬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한다.

최근 프로연맹과 구단들이 팬들에게 좀 더 멋진 경기를 선사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렇다고 선진국의 시스템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국내 현실을 감안해 냉철하게 선택해야 한다. 다음 시즌엔 한층 달라진 K리그를 기대해 본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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