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 챔피언?… 메이웨더, 호야에 ‘치고 빠지고’ 판정승

  • 입력 2007년 5월 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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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은퇴를 선언했으나 패자는 차마 링을 떠날 수 없었다.

21세기 복싱 흥행 신기록을 세우며 격돌한 ‘골든 보이’ 오스카 데 라 호야(34)와 ‘무패의 전사’ 플로이드 메이웨더(30·이상 미국)의 대결은 메이웨더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승리 직후 메이웨더는 “나는 복싱에서 모든 것을 이루었다. 큰돈도 벌었다. 이제 다시는 복싱을 하지 않겠다”며 즉석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호야는 “오늘 경기를 다시 분석해 보겠다. 내 펀치와 움직임이 과연 뒤떨어졌는지 살펴본 후 은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메이웨더는 6일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특설링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 슈퍼웰터급 타이틀 매치에서 호야를 2-1(113-115, 120-116, 115-113)로 물리치고 챔피언에 올랐다.

이로써 메이웨더는 사상 처음으로 무패의 전적으로 5체급(WBC 슈퍼웰터, 라이트, 슈퍼페더, 슈퍼라이트급, IBF 웰터급)을 석권하는 기록을 세웠다. 38전 전승(24KO). 6체급을 석권했던 호야는 38승(30KO) 5패가 됐다. 호야는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며 일찍 승부를 내려는 듯 보였다. 그러나 메이웨더는 유연한 허리와 빠른 발로 호야의 연타를 무력화하며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메이웨더는 호야의 체력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간간이 역습을 펼쳐 착실히 포인트를 쌓았다.

복싱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위기 속에 두 선수의 대결은 모처럼 팬들의 관심을 불러 모은 흥행 카드였다. 그러나 메이웨더가 적극적인 공격을 하지 않음으로써 경기는 맥이 빠졌다. 세기의 명승부를 바라던 팬들의 기대에는 다소 못 미쳤다. 외신과 복싱 팬들은 ‘위대한 경기’를 원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결국 점수 쌓기 위주로 경기를 한 메이웨더가 승리를 챙겼다.

호야는 232억 원, 메이웨더는 111억 원의 대전료를 챙겼다. 메이웨더는 “호야는 우리 시대 최고의 복서였고 거칠었지만 나를 제대로 못 때렸다”고 말했다. 호야는 “내가 더 많이 상대를 가격했고 더 공격적이었다. 내가 이겼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경기 직후 메이웨더와 호야의 채점표가 바뀌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호야 측은 채점표가 부심들로부터 모아지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채점표는 홍코너와 청코너의 표시가 뒤바뀐 채 발표됐다. 그러나 대회 운영위원회는 코너 표시가 잘못되는 실수가 있었지만 채점 결과는 명백히 메이웨더의 승리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호야 측의 항의로 정밀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판정 무효 및 재경기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링 밖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메이웨더의 아버지인 플로이드 메이웨더 시니어. 호야의 전 트레이너인 그는 아들을 도우러 간 게 아니라 아들의 약점을 200만 달러에 팔겠다며 호야에게 접근했으나 거절당했다. 아들은 아버지 대신 삼촌을 트레이너로 고용했다. 아들은 경기가 끝난 후 링 위에 축하하러 올라온 아버지를 못 본 척하며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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