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슈퍼 땅콩’ 김미현(30·KTF).
그는 7일 미국 오클라호마 주 브로큰애로의 시더리지CC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셈그룹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했다. 최종 3라운드에서 이븐파를 기록해 합계 3언더파 210타로 줄리 잉크스터(47·미국)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홀에서 이겼다.
우승 상금은 21만 달러.
이 대회 코스는 파 71에 전장이 6602야드로 긴 편이다. 장타자가 아닌 김미현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난주부터 계속 내린 비로 거리 부담은 더욱 커졌다.
그래서인지 김미현은 우승 후 “코스 길이가 점점 장타자에게 맞춰 바뀌고 있다. 나처럼 비거리가 덜 나가면 우승 기회가 적어진다”며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그는 동계훈련 기간에 스윙을 교정했다. 특유의 오버 스윙을 줄여 백스윙이 예전보다 간결해졌지만 임팩트 파워는 오히려 늘었다.
젊은 후배들과 맞서기 위해 평소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에 매달린 그는 식사량도 엄청나다. 2월 하와이의 한 한국 식당에서 만난 김미현은 숯불갈비 3인분에 은대구찜까지 먹고는 된장찌개와 밥 한 공기도 싹싹 비웠다.
오랜 투어 생활로 터득한 김미현의 노련미는 절정에 이른 듯하다. 그는 3라운드 최종 18번 홀에서 1m 파 퍼트를 놓쳐 연장 승부를 허용했다. 평정심을 잃기 쉬웠고 게다가 연장 상대는 명예의 전당 멤버로 통산 31승을 거둔 거장 잉크스터였다.
18번 홀에서 열린 연장 첫 번째 홀. 김미현이 186야드를 남기고 5번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은 그린 오른쪽 벙커 옆에 떨어진 뒤 왼쪽으로 굴러 프린지에 멈췄고 잉크스터의 두 번째 샷은 그린을 넘어갔다.
3온을 한 잉크스터의 2m 파 퍼트가 홀을 벗어나 보기로 먼저 홀아웃했다. 김미현은 프린지에서 침착하게 퍼터로 공을 굴려 홀에 1.2m 붙인 뒤 무난히 파를 잡고 활짝 웃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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