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를 달구는 뜨거운 홈런 레이스

  • 입력 2007년 5월 8일 12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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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까지 미국 메이저리그는 최악의 침체기를 겪고 있었다. 94년 선수 노조와 구단 간 갈등으로 리그가 취소된 것이 결정타였다.

끝 모르게 추락하던 메이저리그의 인기를 되살린 것은 바로 홈런이었다. 98년 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마크 멕과이어와 세미 소사의 홈런 레이스는 전 미국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멕과이어가 1961년 이후 깨지지 않고 있던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하자 절정에 이르렀다.

올해 한국프로야구도 초반부터 불붙은 뜨거운 홈런 레이스를 앞세워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그 주인공은 양준혁(삼성), 김태균(한화), 이대호(롯데).

지난 해 홈런 경쟁 구도는 매우 단조로웠다.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으로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4명에 불과했고 그나마 홈런킹 이대호(26개)의 독주로 흥미는 더욱 반감됐다.

그러나 올해 양준혁, 김태균, 이대호 등 토종 3인방은 비록 시즌 초반이지만 모두가 폭발적인 타격감을 유지하며 홈런 경쟁을 펼쳐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해 동갑내기 라이벌 이대호가 타격 ‘트리플크라운’에 등극한 반면 자신은 13홈런에 그쳐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김태균은 5월 초반 맹타를 휘두르며 소속팀 한화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김태균은 지난 주 5경기에서만 4홈런 10타점을 쓸어 담았다. 8일 현재 9홈런으로 양준혁과 공동 선두이며 타점(29점)은 2위인 두산의 김동주(21점)와 비교적 큰 격차를 보이며 단독 선두를 질주 중.

김태균은 시즌 전부터 공공연히 “올해 목표는 홈런왕”이라고 밝힐 정도로 홈런에 대한 남다른 욕심을 드러냈다. 특히 이대호에 대한 라이벌 의식도 김태균에게 큰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김태균과 나란히 9홈런을 기록 중인 삼성의 양준혁도 배태랑의 자존심을 세우며 홈런 레이스에 가세했다.

지난 6일 롯데 전에서 2방의 홈런을 몰아친 양준혁은 예년보다 홈런 페이스가 오히려 빠를 정도. 프로 데뷔 후 아직까지 홈런 타이틀을 가져보지 못했지만 어쩌면 올해를 그 마지막 기회로 보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또한 양준혁은 23개의 홈런을 더 때릴 경우 장종훈이 보유한 통산 최다 홈런(340개)을 넘어서는 대기록까지 앞두고 있다.

한편 홈런 디팬딩 챔피언인 이대호는 김태균과 양준혁의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현재 홈런 7개로 3위에 올라있지만 홈런왕에 등극했던 지난해 못지않은 타격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사직구장 첫 장외홈런까지 날려 무시무시한 파워를 입증하고도 남았다.

이들 ‘빅3’ 외에도 두산 타선의 희망 김동주와 한화의 용병 크루즈도 5개씩의 홈런으로 호시탐탐 홈런 레이스 가세를 노리고 있다. 하나 같이 시즌 초반 타격감이 절정에 올라있어 언제든 몰아치기가 가능한 선수들이다.

지난 98년 이승엽과 우즈가 치열한 레이스를 펼친 끝에 홈런 기록을 갈아 치운 바 있듯이 올 시즌 역시 경쟁에 의한 시너지 효과로 모처럼 만에 40홈런 이상의 홈런킹이 등장할지 여부는 올해 프로야구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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