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D-450…메달밭 양궁-태권도 태릉훈련장을 가다

  • 입력 2007년 5월 16일 03시 00분


《15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1966년 문을 연 뒤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들의 땀과 함성이 스며 있는 곳이다. 선수촌 운동장 앞 표지판에는 ‘앞으로 D-451일’이라고 적혀 있다.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8월 8∼24일)까지 남아 있는 일수. 선수촌 내 실내체육관 곳곳에서는 수백 명의 선수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올림픽을 목표로 뛰는 ‘태극전사’는 44개 종목 1000여 명. 이 가운데 2004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에서 각각 금메달 2개와 3개를 목에 건 태권도와 양궁 대표팀 선수들의 훈련장을 둘러봤다.》

▼지난달 대표선발전서 새얼굴 4명 뽑혀

“뱀 감고 배짱 키워요”▼

○가장 큰 적은 바로 나 자신

양궁은 4월 말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4명의 새 얼굴이 뽑혔다. 김희정(20·여·인천시청)과 이철수(25), 김연철(24·이상 상무), 임지완(18·광덕고)이 그 주인공.

이들은 처음으로 대표 궁사가 됐다는 기쁨보다 내년까지 대표팀에서 살아남는 게 과제라고 했다. 대표 선발전이 내년까지 이어져 수시로 탈락할 수 있기 때문.

팀의 막내인 임지완은 “선배들에게 많은 걸 배운다.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정은 “반짝 스타보다 꾸준히 기억되는 궁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철수와 김연철은 “군인 정신으로 내년에 꼭 베이징행 비행기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양궁 대표팀은 선수 개인별로 자화(自畵)카드를 갖고 다닌다. ‘턱 돌리지 말고 왼쪽 어깨 고정’이라는 식으로 자신의 단점이 쓰여 있다. 단점을 수시로 되새기며 활을 쏘면 성적이 좋아진다는 것. 양궁 대표팀은 배짱을 키우기 위해 번지점프를 하거나 뱀을 목에 감는 등의 극기 훈련을 하기도 했다.

장영술 남자대표 감독은 “베이징 양궁경기장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재현해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면서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 전초전 세계선수권 18일 개막

“땀은 배반이 없대요”▼

○실전과 같은 훈련… 또 훈련

태권도 대표팀 훈련장에는 남녀 10여 명이 겨루기 훈련에 한창이다. 막고 차고 돌려차는 모습이 숨 막힐 정도로 빠르다. 그 뒤편으로 ‘진정한 노력은 배반이 없다’는 글귀가 눈에 띈다.

이들의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은 18∼2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위해서다. 내년 베이징 올림픽의 전초전이다.

2001, 2003년 세계선수권 핀급(54kg 이하)을 2연패한 최연호(27·상무)는 얼굴이 창백했다. 평소 체중에서 5kg을 감량하기 위해 ‘운동은 많이, 식사는 적게’ 한 탓이다.

“몸은 힘들지만 16년째 해온 태권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요.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을 모두 제패해야죠.”

지난해 카타르 도하 아시아경기 여자 태권도(67kg 이하) 금메달리스트인 황경선(22·한국체대)은 “내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동메달의 한을 풀겠다”고 말했다.

임종환 수석코치는 “최근 중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와 유럽 선수들의 수준이 높아져 태권도 실력은 평준화됐다. 베이징 올림픽 개최국인 중국의 텃세를 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스타급 지도자 없고 정부투자도 부족해요” 이에리사 선수촌장

“한국 탁구요? 남자 단체전 정도가 금메달을 노려볼 만하죠. 나머지는 글쎄요….”

이에리사(53·사진) 태릉선수촌장은 1973년 4월 10일 유고 사라예보에서 열린 제3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여자 구기 종목 사상 처음으로 단체전 우승을 이끈 주역. 당시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정현숙, 박미라와 함께 일본을 3-1로 꺾었다.

그런 이 촌장은 내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탁구가 정상에 오르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자 탁구는 4강에 오르면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타급 지도자의 부재가 그 원인이라는 것.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선수들에게 ‘나도 스타였다. 말 안 들으려면 그만두라’며 팀을 휘어잡았다고 하더군요. 이런 지도자가 많아야 각 종목 간의 경쟁이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이 촌장은 정부가 체육인 출신 지도자를 양성하고 학교 체육을 활성화하는 데 투자가 미흡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옥상옥(屋上屋·부질없이 덧보태어 하는 일) 논란’을 일으켰던 문화관광부의 체육인재육성재단(NEST). 이 촌장은 “육성재단이 대한체육회 산하단체로 편입됐지만 정관을 바꾸면 또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체육회에 직접 지원금을 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촌장의 선수와 지도자를 위한 배려는 각별하다. 2005년 여성 최초로 태릉선수촌장을 맡은 뒤 선수 훈련 기간을 연간 105일에서 180일로 늘렸다. 지도자 수당도 확대했다.

이 촌장은 “남은 임기 2년간 태릉선수촌의 훈련 환경을 개선하는 데 힘을 보탠 뒤 다시 현장 지도자로 돌아갈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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