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할 본능’이라는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이 타율이 바닥권에 머물다가도 금세 3할대로 치고 올라온다.
이번 시즌에도 4월 한 달 동안 방망이가 맞지 않아 고전했으나, 5월 들어 7번의 멀티히트 경기와 0.409의 고타율로 시즌 타율을 0.286까지 끌어 올렸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프로야구 최초의 10년 연속 3할 달성이 그리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뛰어난 공격력을 자랑하는 장성호에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났다. 메이저리그 출신 거포 최희섭이 팀에 가세하면서 자신의 포지션인 1루 자리를 내주게 된 것.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1루수인 장성호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장성호는 일단 팀의 결정을 받아 들여 좌익수로 포지션을 옮겼다. 1루에 대한 애착이 남아 있지만 팀의 전력 극대화와 최희섭의 빠른 적응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포지션을 양보한 것이다.
자신의 앞마당을 내줬지만, 포지션 변경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포지션을 바꾸면서 장성호는 그 동안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던 골든글러브 수상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1루수 중 한 명인 장성호는 매년 3할이 넘는 고타율을 기록하고도 골든글러브를 얻지 못했다. 홈런과 타점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밀려 계속해서 고배를 마신 것. 거포들이 즐비한 1루 포지션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시즌에도 이숭용, 김태균, 이대호 등 많은 1루수들이 폭발적인 공격력을 선보이며 장성호의 골드글러브 수상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었다.
이와 달리 외야 포지션은 경쟁이 여유로운 편. 한화의 괴물용병 크루즈만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을 뿐, 나머지 선수들 중에서 폭발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 선수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뒤늦은 합류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좌익수로 뛰며 매섭게 방망이를 돌린다면 골드글러브 수상을 기대할만하다. 그리고 지난 경기까지 기록한 홈런 5 타점 21 타율 0.286의 성적은 1루 포지션에서 뛰었다고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또한 최희섭이 4번이나 5번에서 뒤를 받쳐줄 경우 집중됐던 투수들의 견제가 분산, 좀 더 편한 상태에서 타격에 임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게 된다.
자신의 포지션을 잃었지만,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과 10년 연속 3할 달성을 동시에 이룬다면 장성호는 최희섭 합류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1루수에서 좌익수로 포지션을 급변경한 장성호. KIA 타이거즈 제공]
임동훈 스포츠동아 기자 arod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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