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의&joy]42.195km?하품나오는 거리!

  • 입력 2007년 5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인생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끊임없이 뭔가를 추구하고 도전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창용찬 씨. 2005사하라 사막마라톤 참가 모습. 사진 제공 창용찬씨
“인생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끊임없이 뭔가를 추구하고 도전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창용찬 씨. 2005사하라 사막마라톤 참가 모습. 사진 제공 창용찬씨
익스트림 마라토너 3인 이야기

마라톤의 끝은 어디인가. 42.195km인가. 아니다.

요즘 마라톤에 ‘미친(?)’ 사람들에게 42.195km는 하품 나오는 거리다. 풀코스를 100회 넘게 달린 사람만 국내에 5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들은 끝없이 ‘좀 더, 더 멀리…’를 외친다. ‘좀 더, 더 힘든 코스’를 꿈꾼다.

그들은 서울 100마일(160km)대회, 제주 일주 200km 및 한라산 종주 148km대회, 서해 강화도∼동해 강릉 308km대회, 부산 태종대∼임진각 537km대회, 전남 해남 땅끝∼강원 고성 643km대회 등을 전전한다. 이런 대회가 국내에만 30여 개나 있다. 총참가인원은 3000여 명.

1년 동안 펼쳐지는 챌린지 컵이란 것도 있다. 국내가 답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아예 밖으로 눈을 돌린다.

만리장성 달리기, 툰드라 달리기, 안데스 산맥 가로지르기, 히말라야 산맥 가로지르기, 북극 마라톤 등에 나선다. 그러다가 마침내 세계 4대 극한마라톤에 도전한다. ①이집트 사하라 사막 마라톤(250km) ②중국 고비 사막 마라톤(250km) ③칠레 아타카마 사막 마라톤(250km) ④남극 마라톤(250km)이 그것이다. 남극 마라톤은 앞의 3대 사막 마라톤을 모두 완주한 사람만이 참가할 수 있다. 2007년 1월에 열린 남극 마라톤엔 한국인 1명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19명만 참가했을 정도로 바늘구멍이다.

그들은 왜 42.195km에 만족하지 못하는가.

왜 ‘더 멀고, 더 힘든 코스’를 꿈꾸는가.

그들은 과연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

▼미스터코리아 출신 창용찬 씨▼

창용찬(52) 씨는 미스터코리아(1982년) 출신이다. 1972년부터 89년까지 보디빌딩 국가대표선수로 활약했으며 지금도 대한보디빌딩협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그런 그가 2006 고비 사막 마라톤(250km)에서 마스터스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엔 사하라 사막 마라톤(250km)도 완주했다. 키 171cm에 몸무게 75kg의 근육질. 한창 보디빌딩을 할 때는 88kg까지 나간 적이 있지만 마라톤을 하면서 많이 줄었다. 보디빌딩 근육은 순발력은 뛰어나지만 지구력은 약하다.

창 씨는 그 몸으로 6박 7일 동안 15kg의 배낭을 짊어지고 매일 30∼40km씩 달렸다. 날마다 부여되는 코스에 따라 제한시간이 달라진다. 오전에 출발해 오후에 캠프 텐트에 들어가 잠을 자는 식이다. 구간 중엔 5일째에 80km(제한시간 30시간)를 논스톱으로 달리는 지옥의 코스도 있다.

사막 마라톤에선 참가자들이 직접 옷 식량 등 자기가 필요한 물품을 짊어지고 달린다. 대회조직위는 숙박 텐트와 하루 물 7.5∼10L를 제공하는 게 전부. 고비 사막에서 그는 배낭 무게를 줄이기 위해 먹을 것도 건식이나 컵라면으로 버텼다. 낮 최고 기온 섭씨 56도. 다행히 사하라 사막처럼 밤에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는 않았다. 모래 위에 침낭을 펴놓고 누우면 수많은 별이 손에 닿을 듯 하늘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창 씨의 마라톤 입문은 1999년. 2001년 처음으로 풀코스를 뛴 이래 지금까지 24번을 완주했다. 개인 최고기록은 3시간 27분 38초. 105km도 1번 완주했다.

창 씨는 말한다. “8월에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 마라톤에 참가한 뒤 곧바로 남극 마라톤에 가고 싶다. 막상 가서 달릴 때보다 준비하는 기간이 더 긴장되고 설렌다. 꼭 소풍가기 전날 밤 같다. 인생은 늘 뭔가에 대한 도전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산에 가면 펄펄나는 남궁만영 씨▼

남궁만영(39·사진) 씨는 산에만 가면 펄펄 날아다닌다. 그는 지난해 6월 불암산(507.7m)∼수락산(637.7m)∼사패산(552m)∼도봉산(740m)∼북한산(836.5m)에 이르는 이른바 ‘불수사도북 산악마라톤(67km)’에서 7시간 43분의 역대 최고기록으로 우승했다. 보통 사람들은 15∼20시간이나 걸리는 코스. 그뿐인가. 일본 도쿄 산악 마라톤(71.5km)에선 3번(1997, 2002, 2004년)이나 3위(최고기록 2002년 8시간 52분 57초)에 올랐다. 국내의 크고 작은 산악 마라톤대회에서 단골로 입상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키 168cm, 몸무게 61kg.

그는 1997년 동아마라톤에서 처음으로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리고 점점 달리기 매력에 빠져 2002년엔 8년이나 근무하던 직장을 미련 없이 그만뒀다. 그 대신 그가 택한 직업은 개인택시 운전사. 이유는 “좀 더 본격적으로 자유롭게 마라톤을 하고 싶어서”가 전부다. 그는 지금도 그 결단에 전혀 미련이 없다. 아니 시원하고 흐뭇하다. 아직 미혼. 내년쯤 역시 달리기에 흠뻑 빠진 여인과 가정을 꾸릴 예정이다.

그는 10일 현재 마라톤 풀코스를 112회 완주했다. 이 중 86회가 3시간 미만인 서브스리. 보통 사람은 평생 한 번도 하기 힘든 서브스리를 밥 먹듯 한 셈이다. 개인 최고기록은 2005년 5월 일본 도야마대회에서 세운 2시간 38분 47초. 내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서브스리 100회를 달성할 계획이다. 그는 거의 2주에 한 번꼴로 풀코스를 달린다. 그러다가 가끔 100km대회(최고기록 7시간 45분 58초)에도 즐겨 나간다.

그는 말한다. “한번 완주할 때마다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난 달리기에 매달리지 않는다. 그저 좋아서 하다보니까 1등도 하고 그런 것뿐이다.”

▼24시간 달리기 국가대표 진병환 씨▼

진병환(51·사진) 씨는 24시간 달리기 국가대표 선수다. 키 169cm에 몸무게 62kg. 24시간 달리기란 하루 동안 누가 가장 먼 거리를 달리는가를 겨루는 경기다. 대회는 400m 트랙에서 열린다. 12시간 동안 250바퀴(100km), 24시간 동안 500바퀴(200km) 이상을 돌지 못하면 탈락한다. 선수들은 1분 1초를 아끼기 위해 피를 말린다. 달리면서 바나나 같은 과일을 먹거나 전복죽 같은 것을 컵에 담아 마신다. 화장실엔 정 급하지 않으면 가지 않는 게 원칙.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단조로움이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지루함에 넌덜머리를 내며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인내의 싸움이기도 하다.

세계대회 우승기록은 대개 270km대. 진 씨는 5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2008 세계선수권 선발전에서 229.3km(527바퀴 100m)로 우승했다. 그는 7월 캐나다 퀘벡에서 열리는 2007 세계선수권 한국대표이기도 하다.

진 씨는 서울시청 공무원. 100km를 16회나 완주했다. 최고기록은 7시간 16분 37초. 2005년과 2006년 100km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마라톤 풀코스는 39회(서브스리 38회) 완주했으며 개인 최고기록은 2시간 41분 15초.

진 씨는 집이 있는 신림동까지의 퇴근길을 훈련 코스로 활용한다. 서울시청∼청계천∼옥수역(12km)∼동작역(19km)∼당산역(26km)∼신림역(42km)까지 그날 컨디션에 따라 거리를 조절하며 달린다. 보통 한 달 훈련 거리는 500km 정도. 아침엔 6시에 일어나 1시간 30분 정도 웨이트트레이닝에 매달린다.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해결.

진 씨는 말한다. “남들이 보면 미친 짓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난 달리는 동안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젊은 사람들이 못하는 것을 내가 한다는 자부심도 있다. 올 9월에 그리스에서 열리는 스파르타슬론대회(246km)에서 좋은 기록을 내는 게 1차 목표다. 체크포인트가 75곳이나 되는데 제한시간 내에 각 체크포인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탈락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