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감독은 200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TG가 최대어 김주성(28)의 지명권을 확보하게 되자 만세를 부른 뒤 다음 날 새벽까지 코가 삐뚤어질 만큼 술을 마셨다. 까마득한 후배인 김주성과 호흡을 맞춘 허 감독은 선수 말년에 우승까지 하며 화려하게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어느덧 지도자로 변신한 그는 이제 삼성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서장훈 영입에 ‘다걸기(올인)’하고 있다.
지난 시즌 꼴찌의 수모를 당했던 허 감독은 서장훈을 김주성처럼 재도약을 보장할 카드로 기대한다.
허 감독은 아마추어 시절 기아에서 한기범 김유택이란 걸출한 장신 선수와 호흡을 맞추며 정상을 달렸기에 서장훈 김주성 같은 존재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기만 하다.
프로농구 지도자 사이에 “서장훈이나 김주성을 보유하면 4강은 기본”이란 말이 나올 만큼 이들은 용병과 맞설 기량을 갖췄다.
특히 다음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선발이 드래프트 제도로 환원되면서 용병 수준이 떨어질 것으로 보여 서장훈 김주성의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김주성에 이어 서장훈과 호흡을 맞추려는 허 감독은 SK에서 FA로 풀린 가드 임재현도 받아들이려 한다. 이런 각본이 성사되면 KCC는 당장 우승 전력을 갖추게 되지만 FA 규정에 따라 삼성에 보상 선수 1명을 내줘야 할지 모른다. 이때 KCC는 보호 선수 3명을 지정해야 하는데 계산이 복잡해진다. 홈 팬의 열렬한 지원을 받는 KCC 간판스타 이상민과 추승균을 붙잡아야 한다면 결국 임재현이 보호선수에서 제외될 확률이 높다. 삼성이 임재현을 원하지 않아 거액이긴 하지만 보상금(14억1000만 원)으로만 메우는 게 KCC로서는 최상의 카드.
다른 구단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전자랜드도 서장훈과 임재현의 동반 영입을 노리며 KCC보다 나은 연봉 조건을 내걸었다.
화려한 농구 인생에서 지난 시즌 난생처음으로 바닥까지 추락하는 수모를 당한 허 감독은 FA 승부수로 재기할 것인가. 올해 ‘에어컨 리그’의 최고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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