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 산맥에 위치한 콜로라도에서 부진했던 김병현(28)이 플로리다로 팀을 옮긴 뒤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병현은 29일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무실점 쾌투로 시즌 3승(2패)째를 따냈다. 안타와 볼넷은 3개씩을 내줬고 삼진은 5개나 잡았다. 투구 수는 105개. 이닝과 투구 수 모두 올 시즌 최다였다. 평균자책은 7.02에서 5.16으로 아주 좋아졌다.
15일 플로리다로 트레이드된 뒤 김병현의 선발 3경기 성적은 2승 무패에 평균자책 3.24. 과연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되살아난 직구와 슬라이더
한때 시속 150km에 육박하던 김병현의 직구는 부상 등으로 130km대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플로리다로 온 뒤 그는 전성기 못지않은 직구를 뿌리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꾸준히 145∼146km를 찍었다. 볼 끝도 좋아져 타자들이 공략에 애를 먹고 있다. 직구가 좋아지면서 트레이드마크인 ‘프리스비 슬라이더’(원반처럼 들어온다고 해서 미국 언론이 붙인 별명)의 효과도 배가됐다.
내셔널리그 타격 1위인 데릭 리와의 대결에서도 3타수 무안타로 완승을 거뒀다. 1회에는 145km의 몸쪽 빠른 직구로 삼진을 잡았고 3회 2사 1, 3루 위기에선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5회엔 우익수 뜬공.
○전담 포수, 그리고 가족 같은 팀 분위기
콜로라도 시절 김병현은 클린트 허들 감독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김병현은 선발을 원했지만 허들 감독은 그를 불펜과 선발을 오가도록 기용했다.
그러나 플로리다의 프레디 곤살레스 감독은 김병현이 첫 선발 등판에서 호투하자 이후 꾸준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전담 포수도 생겼다. 김병현이 마운드에 오르면 수비형 포수 맷 트레너가 공을 받는다. 세 번 모두 트레너와 호흡을 맞췄다. 트레너의 시즌 타율은 0.167에 불과하지만 곤살레스 감독은 29일 지역 언론을 통해 김병현-트레너 배터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병현은 남미 선수가 많아 다국적군의 분위기를 풍기는 팀 컬러에도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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