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서울고 이형종을, 삼성은 상원고 외야수 우동균을 선택했다. 다른 팀들도 팀을 이끌어갈 유망주를 서서히 확정 짓고 있는 상태.
꼴찌를 달리고 있는 KIA도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할 수 있는 유망주를 얻기 위해 마지막 고민에 빠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KIA는 지난 몇 년 동안 투수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다. 김진우를 시작으로 윤석민, 고우석, 한기주, 양현종, 손영민, 정원 등 대부분의 상위 픽을 투수로 지명했다.
계속해서 재능 있는 투수들이 합류하면서 마운드 강화에는 성공했다. 물론, 팬과 구단 모두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윤석민처럼 어린 투수들이 꾸준히 성장한다면 KIA 마운드는 해를 거듭할수록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계속된 마운드 강화는 대형 야수 발굴 실패라는 문제점을 만들었다. 광주 동성고 시절 고교 홈런왕으로 명성을 날린 김주형에게 큰 기대를 걸었지만 변화구 공략에 실패하면서 주전자리를 꿰차지 못하고 있다. 다른 야수들도 마찬가지.
유망주 발굴에 실패하면서 KIA의 야수진은 30대 선수들이 대부분의 주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현곤과 이용규만 20대 선수들. 때문에 젊고 패기 넘치는 플레이가 사라졌다.
세대교체 성공과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할 수 있는 대형 유망주 발굴을 위해서는 이번 1차지명에서 야수를 선택해야 한다. 임창민, 정찬헌, 윤명준, 전태현 등 투수쪽에도 매력적인 선수들이 많긴 하지만 윤석민, 한기주, 신용운처럼 팀의 기둥투수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타자 쪽으로 과감하게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현재 야수 쪽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선수는 서건창(광주일고), 김선빈(화순고), 모창민(성균관대). 세 선수 모두 뛰어난 재능을 갖추고 있으며 대형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대학 출신이면서 장타력이 뛰어난 모창민은 일단 1차 지명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KIA에 당장 필요한 선수는 팀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2루를 책임질 수 있는 센터라인 내야수. 메이저리그 출신 최희섭이 합류했기 때문에 다음 시즌부터 용병 거포를 영입한다면 향후 몇 년 동안 장성호-용병-최희섭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모창민은 상위 라운드에서 KIA의 지명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결론은 서건창과 김선빈으로 압축된다. 공, 수, 주를 모두 갖춘 두 선수는 상위 라운드에서 지명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 투수 쪽에는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지만 많은 능력을 가진 툴플레이어는 고교야구에서 손으로 꼽을 정도다. 두 선수 모두 2루수와 유격수를 커버할 수 있으며 중심타선에서 활약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각 구단 스카우터들의 레이더망을 피할 수 없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완성도는 서건창이 앞서 있다. 주포지션이 2루수이기 때문에 KIA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선수이며 고교 선수라고 믿기 힘든 만큼 성숙한 플레이를 자랑한다. 대형 야수들을 많이 배출하는 광주일고에서 1학년 때부터 주전 2루수로 활약했다는 사실만으로 그의 진가를 알 수 있다. 또한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며 작전 수행 능력과 야구 센스까지 뛰어나다. 때문에 서건창을 지명하는 것은 실패 확률이 떨어지는 가장 안정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서건창과 비교될 수 있는 유격수 김선빈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것. 야구명문과는 거리가 먼 화순고 출신이기 때문에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한 번쯤 화순고의 경기를 본 야구팬이라면 그의 강렬한 플레이를 쉽게 잊지 못한다.
일단 스피드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어렵지 않게 2루, 3루 베이스를 훔칠 수 있다. 야구센스도 뛰어나며 팀의 3-4번을 맡을 만큼 타격 능력도 수준급이다. 김선빈의 장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중요한 순간 마운드에 올라 빠른 직구로 상대 타자들을 삼진 처리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내야에서 빠른 송구를 할 수 있는 강한 어깨를 가지고 있는 것.
가라 앉은 팀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역동적인 플레이어이며 멘탈적인 부분에서도 흠 잡을 곳이 없다. 천재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대형스타가 될 수 있는 엄청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화려한 플레이에서는 건국대 시절과 1993-1997시즌의 이종범이 자연스럽게 오버랩 된다. 일찌감치 ‘제 2의 이종범’으로 평가 받은 것은 당연한 일.
한국이 세계정상에 올랐던 2006년 쿠바에서 열렸던 제 22회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2학년 선수로는 유일하게 대표팀에 뽑혀 활약했다.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신체조건이 떨어진다는 점. 결점을 찾기 힘든 선수이지만 170cm가 되지 않는 작은 키는 스카우터들의 선택을 망설이게 한다.
2004-2005년 고교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광주일고 출신 유격수 김성현(SK 와이번스)이 늦은 순위로 지명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 프로팀들은 신체조건이 떨어지는 선수에게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김선빈이 가진 다양한 재능을 쉽게 포기하기는 힘들 것이다.
서건창과 김선빈 모두 좋은 선수들이지만 KIA로서는 김선빈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 KIA가 타이거즈 시절부터 뛰어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테이블세터진이 강한 야구를 펼쳐왔기 때문이다. 김일권-이순철-이종범이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뜨거운 방망이를 휘둘렀을 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선빈이 팀에 합류한다면 이용규와 짝을 이뤄 강력한 테이블세터진을 구성할 수 있다. 타이거즈의 전통과 색깔을 되찾을 수 있는 것.
또한 지난 몇 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젊고 에너지 넘치는 야구,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야구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영웅은 만들어질 수 있지만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갖고 태어난 천재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김선빈이 가진 천재성과 다재 다능함이 고향팀 KIA에서 펼쳐질 것인지 KIA의 1차 지명에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다.
임동훈 스포츠동아 기자 arod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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