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세르비아여, 울지 마오”

  • 입력 2007년 6월 7일 03시 00분


佛오픈테니스 男조코비치 女얀코비치-이바노비치 4강

소년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폭탄에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면서도 라켓을 휘둘렀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공습 사이렌 속에서 어떤 두려움도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을 길렀다.

세르비아의 테니스 샛별 노박 조코비치(20).

세계 6위 조코비치는 6일 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8강전에서 러시아의 이고리 안드리예프(세계 125위)를 3-0(6-3, 6-3, 6-3)으로 눌렀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10번째 출전한 메이저 무대에서 처음 4강에, 세르비아 남자 선수로는 두 번째 4강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조코비치의 준결승 합류로 세르비아는 여자 단식의 옐레나 얀코비치(22)와 안나 이바노비치(20)에 이어 이번 대회 단식에서 3명의 4강 진출자를 배출했다.

이들은 세르비아가 내전에 휘말린 1990년대 후반 매캐한 화약 냄새를 맡으며 자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얀코비치는 12세 때 미국 유학을 갔으나 가족 걱정을 하느라 너무 야위어 운동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바노비치 역시 나토군의 폭격 때문에 훈련 시간을 제대로 잡을 수 없어 오전 7시부터 코트에 섰다. 계속되는 공습에도 훈련을 멈추지 않던 조코비치는 12세 때 결국 독일 뮌헨으로 유학을 떠났다. 조코비치의 어머니 디야나 씨는 “테니스가 없었다면 우리는 하루 종일 하늘만 쳐다보며 한숨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픈 과거를 뒤로 한 채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이들은 인구 1000만 명에 불과한 세르비아에서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계속 해외(이바노비치는 스위스, 얀코비치는 미국)에 거주해 국적 변경 논란을 일으킨 다른 선수들과 달리 조코비치는 독일에서 귀국해 자국 주니어 선수 육성 계획까지 밝혔다.

한편 세계 1위 로저 페데러(스위스)는 9위 토미 로브레도(스페인)를 3-1(7-5, 1-6, 6-1, 6-2)로 누르고 메이저대회 12회 연속 4강에 올랐다. 그러나 연속 경기 무실세트 승리는 메이저 대회 사상 최다 타이인 11경기에서 끝이 났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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