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까지 두산은 8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시즌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데 4월 말 이대수가 SK에서 트레이드돼 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대수가 상무에 입대한 유격수 손시헌의 공백을 무리 없이 메우면서 내야 수비진이 안정됐다. 팀 공격력까지 살아나며 6월 들어서는 1위까지 올랐다. 이대수는 16, 17일 SK와의 1위 쟁탈전에서 연 이틀 결승타까지 쳐냈다. 김 감독은 “두산은 내가 봐도 신기한 팀”이라고 했다.
몇 년째 비슷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다른 팀에서 버림받은 선수들이 두산에만 오면 이상하리만치 펄펄 난다. 리오스는 2005시즌 중반 KIA에서 트레이드돼 왔지만 지금은 팀의 에이스다. 1번 타자로 도루 2위를 달리고 있는 이종욱은 현대에서 방출된 선수다. 거포 최준석도 지난해 롯데에서 두산으로 왔다.
이와는 반대로 두산은 정수근(롯데), 심재학(KIA), 진필중(LG) 등 한때 팀의 간판이었던 선수들을 미련 없이 떠나보냈다. 박명환(LG)을 제외한 대다수는 이적 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엔 두산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 다른 팀의 경우 트레이드 등 선수 수급은 대개 감독이나 단장 등 고위층의 몫이다. 그러나 두산은 다르다. 최종 결정은 고위층이 내리지만 현장 안팎의 의견을 꾸준히 수렴한다. 코칭스태프의 의견은 물론이고 프런트 직원과 기록원, 심지어는 배팅볼 투수의 생각까지 듣는다. 구단 밖 인사들의 의견도 놓치지 않는다.
야구 실력과 성장 가능성뿐 아니다. 아침밥은 먹는지, 대인관계는 어떤지 등등 선수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모은 뒤 영입 여부를 결정한다. 일단 결정하면 빠르게 움직인다. 이대수도 같은 과정을 거쳐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의 한 관계자는 “운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결국은 정보력의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오클랜드는 재정이 빈약하지만 뛰어난 정보력으로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훌륭한 선수들을 데려와 좋은 성적을 거둠으로써 ‘머니볼 신화’라는 것을 탄생시켰다. 저비용 고효율의 측면에서 두산은 ‘한국판 머니볼’이라고 할 수 있다. 두산의 올해 연봉 총액은 8개 구단 중 가장 적은 28억8100만 원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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