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란과의 평가전과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구단의 사정을 봐 두 차례나 소집 일정을 늦춰줬던 베어벡 감독이 이번엔 왜 프로구단들의 요구를 거절했을까.
사정은 이랬다. 지난해 소집 일정을 두 차례 연기해 주는 대신 1월 올림픽축구대표팀이 카타르 8개국 대회에 출전할 테니 구단이 용인해 달라는 단서를 달았다. 협회는 이 단서를 프로축구연맹에 전달했고 연맹도 구단의 의견을 들어 ‘OK’ 사인을 했다.
하지만 1월이 되자 구단들이 “우리도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훈련을 해야 하는데 정식 대회도 아닌데 선수를 파견할 수 없다”며 거부하는 바람에 출국 비행기에 오르지 못해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베어벡 감독은 요즘 축구협회 관계자들에게 “양보한 것에 비해 돌아오는 게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으니 원칙대로 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보를 해도 안 해도 아시안컵에서 성적이 나지 않으면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오니 원칙론으로 밀고 나가 조직력을 키워 성적을 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얘기다.
FIFA가 정한 대표팀 소집 규정은 가이드라인일 뿐이다. 각 나라의 상황에 맞게 협회와 구단이 협의를 통해 당길 수도 있고 늦출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소집을 놓고 벌이는 갈등은 연맹과 구단이 초래한 것이다.
협상은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어야 이루어지는 법이다. 한쪽만 양보하라고 해선 절대 타협을 볼 수 없다. 타협이 안 될 땐 원칙대로 하면 된다. FIFA는 국제대회를 앞두고 각 대표팀은 14일간의 훈련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협회의 원칙론 고수는 타협 실패의 결과인 셈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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