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수영연맹 비리’ 고발 나선 지도자들

  • 입력 2007년 6월 23일 03시 01분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1동 학생수영장 앞 공원. 서울시교육감배 수영대회 예선대회가 열리는 중이라 병아리 같은 초등학교 선수들이 재잘거리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 북새통 속에서 전직 수영 국가대표팀 감독과 코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수영 신동’ 박태환의 전담 코치인 박석기 전 국가대표 감독을 비롯해 오창균 전 시드니 올림픽 감독, 심민 전 아테네 올림픽 수석코치, 김한수 전 도하 아시아경기 코치, 고명수 전 상무 감독 등 내로라하는 수영 지도자들이 자청해 기자회견을 한 것.

이들은 “최근 공금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대한수영연맹의 비리 의혹이 철저하게 파헤쳐져야 하고 집행부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수영계를 떠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연맹이 특정 업체와 부당하게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고 △한국 기록 작성 포상금 지급을 고의로 지연했거나 아예 지급조차 안 했으며 △꿈나무 육성과 국가대표 상비군 훈련비를 착복했고 △연맹 회장이 내지도 않은 출연금을 낸 것처럼 대의원 총회에 허위 보고했고 △국가대표 선수를 부정 선발했으며 △수영과 관련 없는 지인을 각종 국제대회에 동행시키고 국가대표 지도자를 마음대로 교체하는 횡포를 부리는 등 각종 부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박 전 감독은 “그동안 감히 나서서 말할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계속 모른 체하고 있으면 한국수영의 미래는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전국 순회 코치를 하며 연맹에서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는데 코치비가 지급된 것으로 돼 있더라”며 말을 꺼낸 심 전 수석코치는 “연맹이 선수들에게 투자돼야 할 훈련비를 탐내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선수 등록을 하지 않은 초등학생만 참가하는 이번 서울시교육감배대회 예선 참가자는 400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 140여 명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른바 ‘박태환 효과’다. 김 전 코치는 “이 중에 제2, 제3의 박태환이 분명히 있다. 이제 연맹은 진주 캐는 일에 전념했으면 한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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