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제61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 첫날부터 올해 전국고교대회 첫 만루홈런이 터지는 등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졌다. 이날 청주 세광고와 서울고, 배재고가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2회전에 진출했다.
올해 황금사자기 대회는 고교 야구선수라면 다른 어떤 대회보다도 자신의 기량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 대회. 8월 30일부터 대만에서 열리는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나설 청소년대표 선발이 임박한 데다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이 8월 16일로 예정돼 있어 졸업반 선수들이 프로팀 스카우트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몸을 불사를 태세다.
세광 5-3 안산공
12안타의 화끈한 타격으로 세광고가 개막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세광고는 2-2로 균형을 이루던 5회말 1사 뒤 박으뜸이 오른쪽 안타로 출루한 뒤 2루 도루에 성공했고 고의 볼넷으로 만든 1사 1, 2루에서 최종협의 우중간 적시타로 3-2로 역전에 성공했다. 세광고는 계속된 1사 1, 3루에서 이준이의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1점을 더 보태 4-2로 달아났다. 세광고 2학년 박으뜸은 3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에 도루 2개로 펄펄 날았고 졸업반 최종협은 6회부터 3과 3분의 2이닝 동안 3안타 1실점 호투에 결승 타점도 올려 투타에서 제 몫을 해냈다.
서울 5-3 구미전자공
서울고가 3-1로 앞선 9회초 4번 타자 유민상이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대회 1호 홈런)을 쏘아 올린 덕에 압승을 거뒀다. 서울고는 1-1로 맞서던 5회 2사 뒤 상대 선발 박재희를 상대로 박건우가 안타를 뺏은 뒤 연속 3개의 볼넷을 얻어 밀어내기로 2-1로 앞서 나갔다. 구미전자공고는 9회 비록 대량 실점으로 무너졌지만 이전까지 우승 후보 서울고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배재고는 6회까지 4사구를 10개나 얻어냈지만 안타를 때리지 못하며 고양 주엽고에 1-2로 끌려갔다. 배재고가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때는 7회. 볼넷으로 출루한 김희준이 도루와 상대 투수 폭투로 3루까지 진루했고 김영혁이 첫 번째 안타를 때려내 2-2 동점을 만들었다. 배재고 5번 지명타자 윤기우는 8회 선두타자로 나와 오른쪽 솔로홈런(대회 2호)을 터뜨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오늘의 스타]서울고 유민상▼
황금사자기 대회 첫날 터진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은 서울고 3학년 유민상(18·사진).
유민상의 집은 유명한 야구 가족이다. 아버지는 프로야구 원년 멤버로 한화 감독을 역임한 유승안(51)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이고 형은 지난해 계약금 5억5000만 원을 받고 한화에 1차 지명 선수로 입단한 투수 유원상(21)이다.
서울 둔촌초등학교 2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유민상은 185cm, 85kg의 듬직한 체구에서 나오는 파워가 장점이다. 그는 5월 대통령배 준결승 신일고와의 경기에서도 3점 홈런을 때렸다. 만루홈런은 본인으로서도 처음.
졸업 후 가고 싶은 팀을 묻자 프로 대신 대학(연세대)에 진학하고 싶다고 했다. 고교 선수 대부분이 프로 유니폼을 입고 싶어 하는 요즘 추세로 본다면 의외의 대답이다.
“대학은 시기를 놓치면 못 가잖아요. 프로는 나중에도 갈 수 있고요.”
나중에 가고 싶은 구단은 두산이나 한화. 팀 동료 이형종이 계약금 4억3000만 원을 받고 입단한 LG는 어떠냐고 묻자 “형종이 공을 한번 쳐 보고 싶은데 그러려면 다른 팀에 가야죠”라고 말한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는 통산 584개의 홈런을 기록 중인 미국프로야구 신시내티 레즈의 강타자 켄 그리피 주니어를 꼽았다.
“올해 최강 전력이라는 장충고를 꺾고 우승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홈런왕이 되는 게 목표고요. 한 3개쯤 치면 가능하겠죠?”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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